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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ties(인문학)

70년대를 풍자한 어느 시

by roo9 2013. 5. 9.

70년대 현장이란 책에서 발췌한 한 시가 재밌어서 올려본다.

그 시대의 풍조를 신랄하게 비판한 시.

당시 치마 바람 꽤나 날리던 복부인에 관한 ㅎㅎ

 

 

 

 

 

복부인들에게

서울이라 이촌동은 촌놈들이 살던 동네

서울이라 서초동은 상서로운 풀밭이라

서울이라 잠실동은 누에들이 자라던 곳

서울이라 여의도는 한강속의 뻘밭인데

강남개발 붐을 타고 개구멍에 볕들었다.

 

 

투기꾼들 달려가고 복부인들 쫓아가니

똥값주고 사 모은 땅 금값으로 팔려간다.

 

이 동네에 들어서면 아파트와 호화 주택

옛날 옛날 살던 촌 놈 그림자도 볼 수 없도

신출양반 모여들어 딴 세상을 이뤗구나

 

무슨 개발 간판보고 보신탕 집 착각마라

이 시대의 총아라는 복부인들 만나보자.

 

복부인의 아이큐는 컴퓨터를 능가하고

복부인의 눈동자는 부엉이를 닮았더라

복부인의 말솜씨는 구슬처럼 영롱하고

복부인의 피부색깔 우유처럼 해맑구나

 

복부인의 유방들은 하나같이 밋밋하니

유방만은 작아야지 아이큐가 좋은 모양

그대들의 눈 웃음은 양귀비를 뺨치도다.

 

남성들의 혼을 빼는 다재다능 다변다즙

그대들은 보나마나 둘도 없는정력가라

 

그대 몸의 깊은 곳을 헤어 볼길 없지마는

터럭 손을 안 대고도 육감으로 아는거야.

 

복부인들 가는 곳은 지진나니 조심하오

여의도가 들썩들썩 말죽거리 흔들흔들

경상도가 휘청휘청 충청도가 빙글빙글

촌놈들은 아찔아찔 촌년들은 어벙어벙

순진한 놈 흐물흐물 순진한년 가물가물

백여우가 둔갑하듯 감쪽같이 바람잡아

한탕치고 사라지면 다시보기 어려웁고

값오른단 정보만은 귀신같이 뽑아내서

번개불에 콩굽듯이 순식간에 처분하네

 

복부인들 한껀하면 기천이요 기억이라

오호라! 복부인아 우리국민 2분의 1

 

셋방살이 못 면한데 아파트와 단독주택

이리저리 세를놓고 방을보러 오는 사람

아해들이 많다하고 문전에서 박대하니

흥부처럼 착한백성 무던히도 울리더라

 

셋방살이 하여보니 치사하고 더럽더라

그대들은 딩동댕동 피아노를 두들기고

그대들은 쿵쿵쾅쾅 대형전축 틀어대며

셋방사는 아해들이 끽소리를 할라치면

못 배운 놈 자식들은 목소리도 크다면서

너무나도 야속하게 어린가슴 후비더라

 

 

어린놈들 기가죽어 반벙어리 되어가네

노랗더라 노랗더라 싹수부터 노랗더라

불세출의 성악가가 이땅에서 나오기는

여봐라! 복부인아 사또님이 소리친다.

 

그대들이 지은죄를 그대들은 아느나뇨.

어머머머 사또님도 겁주시지 마세요옹

사또님이 복부닝늬 볼기작을 꼬집는다

 

어머머머 사또님도 성감대를 알아보셔

휘영처엉 밝은달이 그림처럼 떠오른다

 

사또님과 복부인이 시콩시콩 얼쑤얼쑤

떡방아를 찧는소리 육의전에 울리더라

 

복부인들 무료하면 하는 짓이 무엇인가

화투짝을 뒤척이며 독심술을 익히도다

고우스톱 끝내고선 산해진미 차려놓고

희희락락 절로절로 우리나라 살판났네

 

탕아탕녀 잘도노니 하느님이 노하신다.

불덩이로 칠까하다 가뭄으로 시련주니

하느님의 깊은 뜻을 알리 없는 초랭이패

넓은터를 차지하고 두둥둥둥 깨갱깽깽

기우제를 한답시고 설레방을 치는구나

 

복부인아 복부인아 깽판에는 가지마라

가정으로 돌아가서 어린아해 돌보든지

바람둥이 너희 남편 문단속을 잘 하여라

 

그대들의 선배들이 모진학대 이겨내며

사람대접 받기위해 피 눈물을 흘렸거늘

놀부놈의 아내처럼 네실속만 차리느냐

 

그대들이 독차지한 금싸라기 땅일망정

특용작물 재배하여 노는 사람 도와주고

그대들이 남아도는 집 한 채를 기증하여

서민들이 사는 곳에 탁아소를 세우며는

일터나간 부부들이 오죽이나 좋아할까

 

그대들이 먹다남은 한 숟갈의 밥이라도

셋 방에서 라면 먹는 아해들에 말아주면

훈훈하고 부드러운 봄바람이 감돌리라.

 

복이란 건 거머쥐면 대추처럼 찌들지만

복이란 건 펼치며는 풍선처럼 부푸른다

 

너도살고 이웃좋고 우리모두 힘을 모아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좋은나라

197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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