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압의 왕 에글론은 매우 비둔한 체격의 압제자로, 18년간 이스라엘을 지배했습니다. 에훗은 이스라엘의 해방자로 등장하여 "하나님의 말씀이 있나이다"라는 말로 에글론의 측근들을 물리친 후, 홀로 있게 된 에글론의 배에 칼을 꽂아 그를 처단합니다. 이 이야기는 권력의 비대함이 결국 자신의 몰락을 초래한다는 교훈과 함께, 억압받는 자들의 해방과 변화의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현대 정치에서도 권력자들이 비슷한 패턴으로 민심과 현실을 외면하다 결국 몰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사기 3장에 등장하는 에글론 왕
사사기 3장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모압의 왕 에글론은 "매우 비둔한 자"였다고 성경은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의 체구만큼이나 컸던 것은 이스라엘에 대한 그의 압제였습니다. 18년 동안 이스라엘을 짓밟던 에글론은 결국 에훗이라는 사사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성경에서 옷니엘 다음 두 번째 사사로 임명받은 에훗은 "왼손잡이"였고, 그것은 의미심장한 상징입니다. 주류가 아닌 곳에서,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변화는 찾아온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에글론은 그런 자에게 죽음을 당했습니다. 에훗은 조공을 바치러 간다면서 허벅지에 칼을 숨긴 후, "하나님의 말씀이 있나이다"라며 에글론을 속여 모든 수행원을 물리치게 한 후, 에글론의 배에 칼을 꽂게 됩니다. 성경은 "칼자루도 날을 따라 들어가서 그 기름이 칼날에 흡착하니라"고 상세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에글론의 살이 너무 두꺼워서 칼이 완전히 박혔다는 것입니다. 보다 적나라하게는 배가 갈라지고 똥이 터질 정도였습니다. 정치적 무지와 권력의 폐쇄성, 체제의 종말을 굉장히 더럽고 추하게 묘사합니다.
현대 한국 정치를 보다
현대 정치에서도 이와 비슷한 패턴이 보입니다. 권력의 자리에 오래 머무를수록 지도자는 점점 더 '비둔'해집니다. 물리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치적, 정신적 의미에서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아첨꾼들의 말만 듣고, 비판의 목소리는 걸러내며, 점점 현실과 괴리된 세계에 살게 됩니다.
현대의 정치 상황에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취임 초기의 포부와 달리,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과의 소통은 줄어들고 측근들의 목소리만 듣게 되는 지도자들이 종종 있습니다. 마치 에글론처럼, 자신만의 공간에 고립되어가는 모습을 현대 정치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 탄핵당한 대통령도 아니라고 볼 수 없죠.
에글론이 에훗에게 속아 모든 측근을 물리친 것처럼, 현대 정치인들도 때로는 자신이 믿던 측근들에게 배신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글론에게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이 치명적인 유혹이었듯이, 오늘날의 정치인들은 "국민의 뜻"이라는 말에 현혹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국민의 뜻인지, 아니면 자신의 귀에 듣기 좋은 말만 골라 듣는 것인지는 구분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에글론의 비극은 그가 너무 오랫동안 편안한 왕좌에 앉아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편안함이 결국 그를 나태하게 만들고, 위험에 무감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현대의 정치인들도 권력의 자리에 오래 있을수록 같은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국민의 고통은 멀게 느껴지고, 자신의 안락함만이 현실이 되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례에서도 이와 유사한 모습이 보입니다. 취임 이후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통보다는 독선적 행보를 이어간다는 지적을 받아 왔습니다. "윤심(尹心)"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대통령 개인의 결정이 국정 운영의 중심이 되고,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보다 측근들의 의견에만 귀를 기울인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진정한 민심과는 괴리된 결정들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결국 국정 운영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은 에글론이 자신의 '여름 다락방'에서 마주한 위기와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을 가장 잘 안다는 한동훈 전 장관을 시기하고 배척하며 배신자로 몰아간 것은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은 모조리 차단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옹호하는 목소리만 듣고 싶어 했습니다. 탄핵을 당한 이후까지도 한동훈을 원망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국민들은 "정신 차리기는 글렀구나" 싶을 정도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는 권력자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배신자로 몰아가는 오래된 권력의 병폐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여름 다락방에서 고립되지 않으려면
사사기의 이야기는 단순한 역사적 기록을 넘어, 권력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에글론의 죽음이 이스라엘의 해방으로 이어졌듯이, 현대 정치에서도 변화는 필연적입니다. 다만 그 변화가 폭력적인 형태가 아닌,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에글론이 자신의 "여름 다락방"에서 고립된 채로 최후를 맞이했듯이, 오늘날의 지도자들도 행정부 건물이나 관저라는 고립된 공간 속에서 현실과의 연결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역사는 항상 흐르고, 권력은 언제나 일시적입니다. 에글론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바로 이것입니다: 아무리 강한 권력자라도, 민심을 잃으면 그 종말은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현대 정치 지도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에글론의 우를 범하지 않는 것입니다. 측근들의 아첨에 취해 현실을 보지 못하는 비둔함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민첩함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왕좌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면, 그 무게에 눌려 역사의 흐름에서 사라질 뿐입니다.
성경의 에글론이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교훈은 아이러니하게도 겸손함의 중요성입니다. 자신을 너무 과신한 에글론은 결국 자신의 자만심에 무너졌습니다. 오늘날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권력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순간, 그 권력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무능한 왕이 배신자 낙인을 찍는 이유
흥미로운 것은 현대 정치에서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타락한 권력을 무너뜨린 이들을 향해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곤 합니다. 에글론의 측근들이 에훗을 "배신자"라고 불렀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역사는 누가 진정한 영웅이었는지 기록합니다. 에훗은 배신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압제 속에서 신음하던 이스라엘 백성의 해방자였고, 불의에 맞서 칼을 뽑은 용기있는 자였습니다.
내부고발자, 양심선언자, 부패를 폭로하는 이들은 언제나 기득권 세력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힙니다. 그러나 역사의 긴 호흡에서 볼 때, 그들은 오히려 정의와 진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영웅들입니다. 에훗처럼 왼손잡이, 즉 주류가 아닌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이들이 때로는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을 합니다. 에글론의 측근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에훗을 비난했겠지만, 해방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는 구원자였습니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누가 진정 정의로운 편에 있었는지 밝혀집니다. 오늘날 우리 정치 현실에서도, 진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을 향한 "배신자" 낙인에 현혹되지 말고, 그 용기의 본질을 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에훗의 칼이 그러했듯, 진실의 칼은 언제나 깊숙이 꽂히게 마련입니다.
한동훈 전 대표의 사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결코 윤석열 대통령의 배신자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국민을 위해 바른 정치를 하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던 충직한 참모였습니다. 검사 시절부터 정의와 법치를 위해 함께 싸워온 한동훈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했던 것은 개인적 야망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과 국민 모두를 위한 진심 어린 충언이었습니다. 마치 에글론이 에훗의 진정한 의도를 오해했듯이, 윤 대통령 역시 한동훈의 진심을 오해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는 진정한 충언자를 배신자로 몰아세운 권력자들보다, 진실을 위해 자신의 지위와 안위를 걸었던 이들의 편에 서서 기록될 것입니다. 진정한 충성은 맹목적인 동의가 아니라,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에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잡학다식 > 미스테리 잡다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조 신화의 공통점 거인의 신화 혹은 실화? (0) | 2025.04.04 |
---|---|
평등이란 이름의 불균형에 관하여 (0) | 2025.04.01 |
기브온과 이승만의 탁월했던 생존 전략 (0) | 2025.03.27 |
유다지파와 에브라임지파의 대립 최후의 승자는? (0) | 2025.03.25 |
성경 속 언약궤가 핵무기였을 가능성은? (0) | 2025.03.23 |
성경 속 신비한 유물 순금으로 제작된 언약궤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0) | 2025.03.17 |
다차원 공간과 다차원 세계의 개념 정리 (0) | 2025.03.02 |
성경 속 아몬드 나무의 의미와 상징에 관하여 (2) | 2024.12.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