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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다식/미스테리 잡다구리

창조 신화의 공통점 거인의 신화 혹은 실화?

by roo9 2025. 4. 4.

세상의 시작을 설명하는 다양한 신화 중에서도 북유럽 신화의 창조 이야기는 특별히 매혹적이다. 거인의 시체로 세상을 만들고, 나무에서 인간을 창조하는 이 이야기는 북유럽의 자연관과 세계관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공허의 세계

     

    물과 불이 만나는 지점에 '긴눙가가프'라는 공허의 세계가 생겼습니다. 이 심연의 세계에서 물방울이 모여 최초의 거인 이미르가 탄생했습니다. 이미르는 암소의 젖만을 양분 삼아 수많은 거인들을 양산했습니다. 태초의 신 부리의 손자들인 오딘, 빌리, 베는 이미르와 그의 자손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결국 세 형제는 이미르를 칼로 찔러 죽이는데, 이미르의 몸에서는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져 나와 거대한 홍수를 일으켰습니다. 이 피의 홍수로 대부분의 거인들이 죽었고, 오직 이미르의 손자인 베르겔미르 부부만이 살아남았습니다.

     

     

    세상을 창조

     

    세 형제는 이미르의 시체를 해체하여 세상을 창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피로 바다를 만들고, 살로 땅을 만들었습니다. 뼈는 산과 절벽이 되었고, 두개골 속 뇌수는 구름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세상을 평평한 원반 모양으로 구성했습니다. 이미르의 속눈썹으로는 세상 중심부 둘레에 벽을 만들어 '미드가르드'(중간울타리)라 불렀습니다. 밤과 낮을 만들기 위해 거인 여자 놋트(밤)와 그의 아들 다그(낮)에게 각각 말과 마차를 주어 하루 12시간씩 하늘을 달리게 했습니다.

     

     

    인류의 조상

     

    세상을 만든 신들은 이제 그곳에 살 존재가 필요했습니다. 그들은 죽은 느릅나무와 물푸레 나무를 발견했고, 이 단단하고 견고한 나무로 최초의 인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물푸레 나무로는 남자 '아스크'(Ask)를, 느릅나무로는 여자 '엠블라'(Embla)를 만들었습니다. 오딘이 이들에게 숨결을 불어넣어 생명을 주었고, 이로써 인류의 조상이 탄생했습니다.

     

    이 신화는 북유럽 사람들이 나무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오랜 풍습을 반영합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전통이나 숲속의 요정에 관한 이야기들도 이러한 믿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북유럽의 창조 신화는 자연과 인간의 깊은 연결성을 보여주며, 그들이 살던 척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어떻게 신화적 상상력으로 승화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밖의 거인 모티브

     

    이러한 거대한 존재의 신체로 세계를 창조하는 모티프는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고대 인도의 리그베다에서는 우주적 존재 '푸루샤'의 희생으로 세계와 카스트 제도가 창조되었습니다. 푸루샤의 입에서는 브라만 계급이, 팔에서는 크샤트리아 계급이, 허벅지에서는 바이샤 계급이, 발에서는 수드라 계급이 태어났다고 전해집니다. 중국 신화에서는 거인 반고(盤古)가 죽은 후 그의 숨결은 바람과 구름이 되고, 목소리는 천둥이 되었으며, 왼쪽 눈은 태양, 오른쪽 눈은 달이 되었습니다.  몸의 다른 부분들도 산, 강, 별 등이 되었습니다.

     

    나무에서 인간을 창조하는 모티프 역시 다른 문화권에서 발견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프로메테우스가 흙과 물로 인간을 빚었고, 마야 신화의 '포폴 부'에서는 신들이 옥수수 반죽으로 인간을 만들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에서는 여신 아루루가 진흙으로 인간을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창조의 재료는 다르지만, 신이 물질에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는 보편적 모티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계 창조 신화들은 그 문화가 자연과 우주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보여주는 문화적 거울입니다. 이처럼 북유럽 신화의 잔혹하면서도 상상력 넘치는 창조 이야기는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했던 사람들의 세계관을 담고 있으며, 오늘날까지도 문학과 예술에 끊임없는 영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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