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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다식/미스테리 잡다구리

기브온과 이승만의 탁월했던 생존 전략

by roo9 2025. 3. 27.

성경을 읽다가 기브온의 꾀를 보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생각났습니다. 기브온이 여호수아와 언약을 맺은 과정과 이승만이 미국과 동맹을 맺은 과정이 참으로 비슷하면서 탁월한 전략이었다고 봅니다. 

 

 


기브온의 화친과 이승만의 한미동맹 체결 과정

기브온의 화친 과정

 

 

성경 속에 가나안에 속한 기브온에 살고 있는 사람들, 그냥 기브온이라고 하겠습니다. 여호수아 9장을 보면 이스라엘 군대에 위협을 느끼고 기브온 사람들이 마치 먼 나라에서 온 것처럼 위장하고 낡은 옷과 완전범죄를 위해 곰팡이가 핀 빵까지 내밀며 이스라엘에게 화친을 요구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믿겠다가 아닌 일종의 동맹 같은 것을 요구한 것이죠. 뭔가 승리에 도취되었던 것인지 권력뽕을 맞은 것인지 여호수아는 덜컥 언약을 맺고 맙니다. 하나님에게 묻지 않고 말입니다. 계약 공동체로 맺어진 집단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것이 목숨보다 중요한 일이란 걸 잘 알았던 겁니다. 뒤늦게 후회를 해봤자 한번 맺은 계약은 무를 수 없었습니다. 기브온은 처음부터 화친을 맺으면 궂은일을 다하겠다고 굽신 입장이었기도 했지만요. 여호수아는 자신을 속인죄에 대한 저주를 더해 물을 긷고 나무를 패는 가장 밑바닥 노예로 살면서 성전 일을 돕는 종으로 살게 합니다. 

 

 

이승만의 한미동맹 체결 과정

 

1953년 한국전쟁 후 이승만은 일방적으로 전쟁 포로를 석방시키는 (미국입장에서) 큰 사고를 치고 맙니다. 그리하여 한미동맹을 맺게 되는데요. 보다 구체적으로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전쟁 막바지 미국은 베트남 꼴 나기 싫어서 빨리 전쟁을 끝내고 싶어 했습니다. 그때 우리 이승만 대통령은 전쟁 끝나면 미국은 한국을 버릴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소련과 중국 북한이 공고한 상태에서 미국이 빠지면 남한이 공산화될 것은 불보듯 뻔했던 거죠. 그래서 이승만은 미국이나 국제 사회가 기암 할 짓을 하고 맙니다. 53년 6월에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전쟁 포로를 일방적으로 풀어준 겁니다. 이것이 내포하는 것은 우리는 미국 너네 빠지면 단독으로 북진한다는 협박이었습니다. 협상용 배수진인데 아놔, 미국 입장에서 자신들이 안 도와주면 진짜 베트남 꼴 난다. 이승만 저 또라이 폭주하면 다시 전쟁 난다. 아놔, 동맹 맺고 우리가 관리해야겠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겁니다. 이승만은 미국이 한국을 좋아해서 도와준 게 아니라 자신들이 필요해서 움직였다는 것을 정확히 꿰뚫었던 겁니다. 이승만의 도발은 교활하고 절박하고 성공한 심리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뭐라고 미국이 이렇게 이승만한테 쩔쩔매면서 동맹까지 맺게 되었던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미국이 한반도를 포기한다는 건 냉전에서 패배를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그리 매력적인 곳은 아니었습니다. 전략적으로 가치가 낮은 땅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1950년 한국전이 발발하면서 미국은 다소 충격에 빠집니다. 소련과 중국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던 거였죠. 만일 미국이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공산권의 승리로 소련과 중국은 기세가 등등해질 것이고 일본, 필리핀, 대만 등 동남아 전부가 흔들릴 위기에 처했던 거죠. 냉전에서 미국이 패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체면이 완전 구겨지는 상황이었죠. 이것을 우리 이승만 대통령이 정확히 간파한 겁니다. 그렇게 해서 미국은 자존심과 체면 그리고 패권 유지 때문에 한국과 동맹을 맺게 된 것입니다. 울며 겨자 먹기 맞고요.

 

이걸 쉽게 대화로 정리하면 "너네 우리 가지고 체면 싸움 하는 거 다 안다. 우리가 죽으면 너네 자존심 어쩔겨 얼레리 꼴레리."

"어우, 저 영감탱이 말이 맞다. 한국 버리면 냉전판 깨져, 개쪽팔리는 거야. 에이 그냥 한국이랑 동맹 맺어줘."

 

이렇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한미동맹 덕에 한국은 살아 남았고 미국도 냉전 초반 체면을 챙기게 되었습니다. 미국이 한국도 우리가 지킨다, 하고 선언한 순간 냉전의 주도권을 다시 쥐게 되었고요. 

 

 

 


실리와 체면 어떤게 중함?

 

보통 국제 정치는 체면과 이미지보다는 실리를 더 우선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렇게 움직인다고 보는데요. 실제로는 반대인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리가 우선되어야 할 정치 영역에서 오히려 감정과 외부 이미지 때문에 비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지기도 하는데요. 여기 기브온과 이승만은 체면보다 실리를 선택했다면 강자들은 체면 때문에 반대의 선택을 한 셈이라고 보입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현대 국내외 정치에도 여실히 반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브온과 이승만은 실리를 더 챙겼다는 점에서 엄청난 전략적 생존을 한 겁니다. 그런데 한편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기브온은 살아있는 것보다 못한 노예로 이스라엘 백성들의 눈치를 보며 한평생 살게 됩니다. 그렇게 비굴하게 살 필요가 있을까 왜 굳이 그런 결정을 내린 걸까? 하고 의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죽는 것보다 사는 것에 더 용기를 내야 할 때도 있던 겁니다. 다름 아닌 그들의 후손들 때문이었던 거죠. 기브온은 자신들은 이렇게 비참하고 비굴하게 목숨을 건지는 선택을 했지만 적어도 우리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결정한 겁니다. 

 

 

비굴하다 비열하다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브온은 죽음 대신 노예를 택하며 비열한 시작을 했지만 이들은 궁극에는 이스라엘 내부에 흡수되어 존중받으며 살게 됩니다. 상당히 독특한 위치를 구축하면서 은혜로운 결과로 소위 고생 끝에 낙이 오게 되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도 당시 국내외 모두에서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때 김일성을 추종하던 공산주의 세력들은 물론 현재까지도 무지몽매한 사람들이 이승만을 욕하고 반미 거리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이승만 대통령이 자존심을 버리고 굴욕 외교를 했다는 등, 혼자 북진한다고 국제 정세 망칠뻔했다는 등, 당시에도 동맹 체결은 미국의 억지 대응이란 평가도 있었고요. 하지만 결과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였고요. 미군이 주둔하면서 북한 침공의 억제기로 활용 잘했죠. 그리고 대한민국 체제의 안보 기반도 제대로 확립하였고요. 결과적으로 경제 발전 산업화 민주화로 이어지는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비판을 받던 똘끼가 후손들이 잘 살 수 있게 하는데 엄청난 기여를 한 겁니다.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보다 공동체의 존속을 택한 선택을 한 겁니다. 

 

 


 

자존심을 버리고 후손의 존엄을 살려야

 

그렇게 기브온과 이승만은 자신들의 명예를 지키기 보다 공동체의 존속을 택한 선택을 하였습니다. 지도자가 자기 체면보다 다음 세대의 생존을 우선시할 때 결과가 얼마나 찬란한지 알면, 이재명과 윤석열은 아웃이 답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나라가 이렇게 이기적인 개인의 실리를 위해서 돌아간단 말입니까? 이재명과 윤석열이 하는 저 패거리 짓이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정말로 묻고 싶습니다. 오로지 자기 권력과 생존만을 위해 정치하는 이들을 보면서 새삼 비굴한 선택을 했던 기브온 사람들과 이승만 대통령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네요. 국민 위에 군림하고 계몽거리고, 사법 리스크를 정치적 박해로 치환하는 방식의 정치인들을 따르는 국민들은 그것이 결코 애국이 아닌 매국임을 깨닫고 국민이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제발 정치인들에게 굽신거리며 추앙하는 촌스러운 시대 좀 척결하자구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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