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목에 관하여
십간 즉 천간 10개의 기운 중 가장 첫 번째 기운에 속하는 갑은 목을 지칭합니다. 어디서 갑질이야, 할때 나온 그 갑이 바로 사주학에 나오는 그 갑입니다. 순서상 처음에 위치하다 보니 갑질한다는 오해를 받는 모양입니다.
갑목일주로 태어난 경우는 특히 중화를 중시하여 이를 잘 지키면 꼿꼿하게 오래 잘 성장한다고 하는데요. 천 년 묵은 나무만 봐도 얼마나 은근과 끈기로 오래 버티는 지 알 수 있겠죠?
봄에 태어난 갑목
여하튼 사주에서 갑목은 견고하고 웅장함을 의미합니다. 갑목이 이른 봄에 태어나면 아직 춘기가 있으니 따뜻한 기운이 필요하고 한창 봄에 태어나면 혈기 왕성함이 지나쳐 금으로 나무를 가지치기 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이런 경우는 금도 소용없고 불로 혈기를 잠재워줘야 한다고 선인들은 가르칩니다.
그러니까 최적의 봄날에 태어난 갑목은 관에 속하는 금보다는 식상에 속하는 불로 빼줘야 중화를 이룬다고 합니다. 맞는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봄날 음식을 먹으면 왠지 노곤하고 나른하면서 졸음이 오잖아요? 식상이 그런 기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봄에는 제압하는 것보다 베풀어서 도량을 넓혀야 여유가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여름에 태어난 갑목
갑목이 화기가 너무 많으면 불에 타버리니 상당히 치명적입니다. 그래서 화기가 충천한 여름에 태어난 갑목은 재능은 넘치는 데 빛을 못 봐서 좌절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일단 꽃피고 열매를 맺으니 보기도 좋고 다른 계절보다 가진 것이 많고 노력에 비해서 결과도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여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많은 물과 재능을 발휘할 장소입니다.
빈익빈 부익부라고 여름에 태어난 갑목 만큼 그에 해당하는 일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환경이 정말 중요합니다. 홀로 빛을 발휘하는 게 좋으니 비견겁재도 의미없고 신강해도 식상은 불 기운이라 도움이 될까 모르겠습니다. 그저 재능 발휘에 박차를 가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것 같고 특히 외모력도 중요하다는 것을 여름 갑목은 명심해야 합니다.
가을에 태어난 갑목
가을의 갑목을 연상해 보세요. 찬 바람이 불고 잎이 떨어져서 앙상하고 시들어 보이는 특징을 지녔습니다. 가을에 태어난 갑목은 그렇게 겉보기에는 부실해 보이지만 실상은 내면에 강력한 에너지가 넘치고 있습니다. 뿌리의 기운이 그 어느때보다 강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추운 겨울을 버티고 따뜻한 봄 날을 맞이할 테니까요.
마른 장작이 훨씬 잘 탄다는 말이 있듯 그 어떤 갑목보다 내재된 열정과 기운이 왕성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물론 그렇다보니 스치기만 해도 부러지고 흙은 건조해지니 자칫 잘못하면 뿌리채 뽑히는 무력함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건들지만 않으면 되는데 외상에 취약하다는 거죠. 그러니 때를 기다리며 항시 조심하는 게 좋고 무리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런 경우는 금도 불도 다 필요없고 촉촉한 수분을 가장 반기니 가을 갑목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인성에 해당하는 물입니다. 그런데 또 물이 너무 차거나 많아도 뿌리가 썩으니 아주 소량의 꾸준한 수분이면 족합니다. 그래서 가을 갑목생은 진토가 제일 좋다고도 합니다.
겨울에 태어난 갑목
겨울에 태어난 갑목은 차갑고 인내의 달인이라 불릴 만합니다. 쓰임은 없으면서 쓰이기 위해 버텨야 하는 시간이 길고 춥고 험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겨울에 태어난 갑목은 신강할수록 좋습니다. 약하면 쓸모가 없습니다. 버티는 것만으로 인생 성공했다고 봐야 할 정도이지요. 수직 상승하는 것보다 수평 상승하면서 견고하고 튼튼하게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합니다. 뿌리를 튼튼하게 하여 굳건함을 유지하면 부러지거나 뽑힐 일 없이 오히려 대기만성으로 잘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같은 기운의 비견겁재로 의지하는 게 좋으므로 대인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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