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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col media/미디어 리뷰 모음

영화 타인의 삶 리뷰

by roo9 2014. 3. 18.
무심한 감시자가 진심의 증인이 되는 순간, 영화 타인의 삶은 이념과 신념 그리고 사랑을 넘은 이야기입니다. 2006년애 개봉한 타인의 삶은 독일 통일 전후로 펼쳐진, 이념과 감시의 시대 속에서 피어난 인간적 감동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입니다. 제목이 좋아 무심코 재생 버튼을 눌렀다가, 끝내 오열하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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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몰입을 방해했던 첫인상

처음에는 영화에 대한 큰 기대가 없었습니다. 독일 영화는 낯설었고, 배우들의 외모나 스타일 역시 현대적인 감각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배우의 모습이 '서프라이즈'에서 본 듯한 촌스러움을 느끼게 했고, 그래서 초반부 몰입이 어려웠습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잔잔하게 흘러갔습니다.

 

북한의 실상을 알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전체주의'를 다룬 서사가 다소 약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건조하고 무심한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더 인간적인 면모로 다가옵니다. 예컨대, 심문 장면에서 등장하는 수면박탈형 고문은 섬뜩함보다는 잔혹한 일상의 냉소를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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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워즈: 감청관에서 수호천사로

하워즈(HGW XX/7)라는 감청요원이 있습니다. 냉혈한으로 충직하게 살아온 그는, 자유로운 영혼의 시인과 여배우를 감청하면서 점차 변화합니다. 그가 시인을 향해 '오만하다'라고 평가하는 장면은 오히려 하워즈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었습니다.

영화 중반, 스토리가 진부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졸음이 밀려왔습니다. 여배우는 고위 장관에게 성적으로 이용당하면서도, 시인을 사랑하고 방황합니다.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모습은 그녀의 나약함과 시대의 비극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이런 가운데 하워즈는 점차 이들의 삶과 사랑을 지켜주려는 수호천사가 되어갑니다.

 

 

3. "장벽이 무너졌대요"

극 후반, 하워즈가 관직에서 물러나 우편 배달 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무심하게 던진 말: "장벽이 무너졌대요." 그 한마디에 울컥했습니다. 단순한 대사였지만, 분단을 경험한 한국인의 심정과 맞물려 울림이 컸습니다. 통일된 후에도 삶은 변하지 않은 듯 흘러가고, 진실은 여전히 뒤늦게 다가옵니다.

4. 진실을 좇는 시인, 침묵을 택한 감시자

장벽이 무너지고 난 후, 시인은 자신을 감시했던 자료를 찾아 나섭니다. 그는 여배우의 죽음을 통해 감청과 협박의 진실을 마주하고, 결국 하워즈가 자신을 지켜주었음을 알게 됩니다. 시인은 하워즈를 멀리서 지켜보지만, 말을 걸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이 쓴 책의 헌사를 통해 감사를 전합니다. “HGW XX/7에게.” 하워즈는 책방에서 그 문구를 발견하고 점원에게 말합니다.

 

“이 책은 나를 위한 선물이에요.”

그 순간, 다시 눈물이 터졌습니다. 아주 오열했습니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전율이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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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독일적 건조함 속에서 피어난 깊은 감동

영화 타인의 삶은 독일 영화 특유의 건조함과 무심함 속에서 억지스럽지 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가슴을 깊이 찌르는 이 정서는, 오히려 더 오래 여운을 남깁니다. 삶의 비극은 설명 없이 지나가고, 진실은 과거의 잔해 속에서 무성하게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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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지만 강렬한 감정의 여운

이 영화는 '이념의 무게'보다 '인간의 온기'를 말하고자 했는지도 모릅니다. 감시와 배신, 사랑과 회복. 그 어떤 단어로도 다 설명할 수 없는, 무심하게 흐르다가 심장을 콕 찌르는 순간들. 독일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릴 만한 수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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