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 네그리는 헐리우드 무성영화 시대를 대표하는 팜므파탈로, 동유럽 폴란드에서 태어나 유럽과 미국을 넘나들며 치명적인 매력과 연기력으로 당대를 사로잡았다. 그녀는 외국계 배우로는 최초로 헐리우드 스타덤에 올랐고, 이후 시대의 변화 속에서 영광과 몰락, 재기와 고립을 모두 경험한 입체적 인물이다.
1. 바르샤바에서 헐리우드까지: 가난한 소녀의 신데렐라 스토리
폴라 네그리는 1897년, 폴란드 바르샤바의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양철공 아버지와 세탁부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난 그녀는 다섯 개 국어를 익히며 연기를 향한 집념을 키워갔다. 그녀의 배우 경력은 발레 부상 이후 연기학교로 향하며 본격화되었다. 16세에 데뷔작 Slave to Her Senses를 통해 영화계에 발을 디딘 폴라는, 특유의 관능적 이미지와 판토마임 실력으로 주목받았다.
2. 팜므파탈의 탄생과 유럽을 매혹시킨 여배우
당시 여배우들이 인형처럼 꾸미는 외양에 머물렀다면, 폴라는 감각적인 눈빛과 매혹적인 댄스로 트렌드를 주도했다. 그녀의 연기 인생에서 전환점이 된 인물은 독일 감독 에른스트 루비치였다. 1919년, 루비치 감독의 마담 두바리에서 주연을 맡으며 유럽과 미국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는 그녀를 헐리우드로 인도하게 된다.
3. 미국을 사로잡은 첫 외국계 스타, 폴라 네그리
폴라는 단순히 배우가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었다. 찰리 채플린과의 교류, 루돌프 발렌티노와의 약혼설 등, 그녀는 헐리우드 스타들과의 관계 속에서 늘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지나친 노출과 이국적 패션, 검은 터번과 반려 치타까지 동반한 그녀의 행보는 점차 대중의 반감을 사게 된다. 특히 발렌티노 사망 후 불과 몇 달 만에 또 다른 왕자와 약혼한 사실은 그녀에게 '배신자'의 이미지를 씌웠다.
4. 시대의 전환과 침묵의 시작
헐리우드는 점차 팜므파탈보다 청순한 이미지를 원했고, 유성영화 시대로의 전환은 외국 억양을 지닌 배우들에게 혹독했다. 디트리히와 그레타 가르보는 살아남았지만, 폴라는 점차 뒤로 밀려났다. 이혼, 주식 시장 붕괴, 그리고 자금난. 그녀는 다시 유럽으로 돌아갔고, 독일 나치 정권 아래 영화에 출연한 전력은 훗날 미국 활동의 걸림돌이 된다.
5. 귀환과 잊혀짐: 폴라 네그리의 말년
1941년 미국에 재입국했으나, 그녀는 더 이상 스타가 아니었다. 헐리우드는 그녀를 또 다른 이민자로 받아들였고, 이후의 배역은 과거의 화려함과 거리가 먼 조연 혹은 괴짜 이미지였다. 1964년, 문 스피너스의 하빕 마담 역으로 은퇴 후, 자전적 회고록을 출간했지만 그 안에는 과장된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녀는 결국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텍사스에서 미국 시민으로 삶을 마감했다.
스크린을 넘은 생의 연기자
폴라 네그리는 단순한 배우가 아니었다. 그녀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이를 의식적으로 소비한 인물이었다. 동시에 그녀는 그 흐름에 밀려난 희생자이기도 했다. 관능과 독립성, 스캔들과 우울, 스포트라이트와 침묵의 경계를 넘나든 여배우 폴라 네그리. 그녀의 생은 스크린을 넘어 진정한 연기의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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