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근동의 역사는 거대한 제국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 사이 강대국에 눌리면서 독자적 신화와 문화를 지닌 땅이 바로 가나안입니다. 성경에서 이스라엘 민족의 엘도라도 젖과 꿀이 있는 땅이 바로 그곳입니다. 이들이 신봉한 바알과 아세라 등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가나안의 위치
가나안은 현재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레바논, 서부 시리아와 요르단을 포함하는 지역에 속합니다. 동쪽의 메소포타미아와 서쪽의 이집트 사이의 문화적 교차로 역할을 했습니다. 수많은 도시 국가들이 흥망을 거듭하며 주변 강대국들의 영향을 받았지만 가나안은 자기만의 신화와 언어를 발전시킨 독립된 문명권에 속했습니다.
가나안 신화 핵심 신화와 신들의 계보
가나안의 최고신이자 신들의 아버지 엘(El)은 창조와 질서의 신입니다. 이름 자체가 히브리어 엘로힘, 하나님의 어원입니다. 그리고 엘의 배우이자 대지의 여신 아세라(Asherah)는 다산, 생명, 풍요의 상징입니다. 바알(Baal)은 폭풍과 전쟁의 신 특히 비를 내려 풍요를 가져오는 신입니다. 바알은 주인, lord라는 뜻입니다. 가나안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신이기도 합니다. 성경에는 아세라오 바알을 악마화하고 있지만 그냥 민간 설화에서 내려오는 자연의 신에 불과합니다. 포세이돈처럼 바다의 신도 있습니다. 야므(Yam)이라고 해서 혼돈과 파괴의 상징입니다. 모트(Mot)는 죽음의 신입니다. 건기와 불모의 대지, 겨울을 상징하는 신입니다.
가나안 신화의 핵심 신화는 바알이 혼돈의 신 야므를 물리치고 세상을 다스립니다. 그러나 죽음의 신 모트와 싸우다 죽고 대지는 불모가 됩니다. 여신들의 간청과 신들의 협력으로 다시 부활하여 비와 생명을 회복시킵니다. 이 서사는 자연의 주기, 비와 곡물의 순환 그리고 생명과 죽음의 경계를 이야기하는 신화적 구조이며 여러 문화의 부활 서사와도 유사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경 속 악마화
성경에는 바알과 아세라가 종종 등장합니다. 가나안에 정착한 이스라엘 민족이 이들을 우상화했다며 비판했지만 농경 사회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또한, 성경은 분명히 가나안 신화를 차용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엘이라는 단어는 하나님을 지칭하는 데 사용하였고 등등 곳곳에 등장합니다.
성경에는 바알을 단순한 이방신을 넘어 악마화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하지만 바알은 성경의 로드처럼 주인, 지배자, 혹은 남편이라는 뜻의 지위나 호칭에 가까웠을 뿐입니다. 꼭 그렇지 않아도 되는데 바알 숭배를 단순한 신앙적 문제를 넘어서 윤리적. 정치적 타락의 상징으로 확대한 경향이 차고 넘칩니다.
가나안 신화를 차용한 예
가나안 신화는 다른 신화나 종교의 재료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흔적이 꽤 많이 보입니다. 히브리 성경, 고대 유대교, 페니키아 문화, 기독교, 이슬람까지 가나안을 배척하지만, 알고 보면 차용한 흔적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까 특히 성경은 가나안 신화를 철저히 부정하지만 서사구조나 상징 등 지우지 못한 흔적들이 스며 있습니다.
기독교에서 바알의 죽음과 부활 서사와 예수의 죽음과 부활 이야기도 구조적으로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기독교는 실제 역사적 사건으로 그 서사를 강조하고 있지만, 죽음과 무덤 그리고 부활과 비와 생명의 회복이라는 구조는 고대 중동 전역에 퍼진 농경형 신화 구조의 반복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의 비유 중 씨앗, 땅, 열매, 겨자씨 등 자연 중심의 상징들도 바알과 아세라의 풍요 신화적 언어와 중복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많이들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도, 가나안의 후예격인 페니키아 인들이 지중해를 통한 무역과 식민 활동을 하면서 가나안적 신화 요소가 그리스 신화에 스며들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합니다. 바알신은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와 사뭇 비슷하고요. 바다의 신 야므는 그리스 신화의 포세이돈 혹은 티폰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대지의 여신 아세라는 그리스 신화의 레아와 가이아, 데메테르와 흡사합니다.
이슬람 초기 신 개념도 가나안 신화와 비슷합니다. 코란은 이방신을 비판하면서 당시 아라비아의 여성신들을 언급하며 유일신 신앙을 강조하는데요. 이 여신들은 아세라와 기능이 매우 유사합니다. 여기서 아세라 계열의 대지적 모신 개념은 메소포타미아-가나안-아라비아를 잇는 넓은 벨트 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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