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고의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 여사는 지금으로부터 백 년 전 여성스러움을 잃지 않으면서 여성을 편안하게 해주는 의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가 만든 수트는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한 것 만큼이나 패션계에서는 위대한 발명이자 혁명이었다.
샤넬 수트 발명의 시초
샤넬 수트 발명의 시초는 이랬다. 1920년대 중반 코코 샤넬은 종종 그녀의 연인 웨스트민스터 공작의 옷을 빌려입곤 했다. 왜냐하면 남성복이 주는 편안함때문이었다. 그리고 남성복으로만 이용되던 트위드 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고 훗날 이것은 샤넬을 상징하는 트위드 수트가 된다. 샤넬은 이 트위드 소재로 몇 년동안 궁리 끝에 스코틀랜드와 계약한 공장을 프랑스로 바꾸고 더 가볍고 세련된 천을 만들기 위해 트위드와 실크 그리고 모직 혼합물을 개발하는 데 몰두했다.
디올의 뉴룩에 밀린 샤넬룩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1954년 그녀의 의상실을 재개업했으나 디올의 뉴룩 실루엣에 대중의 시선을 뺏기고 말았다. 30년 동안 여성들을 코르셋으로부터 해방시켜 놓았더니 난데없이 디올이 나타나 개미 허리 실루엣을 유행시키니 샤넬이 멘붕 올 만했다.더군다나 샤넬의 느슨하다 못해 디올의 스타일에 비하면 펑퍼짐한 실루엣에 가까웠으니 샤넬은 빡쳐서 정신무장 하고 재도약에 힘쓴다.
샤넬이 이 악물고 만든 샤넬 수트
샤넬이 그렇게 해서 이 악물고 만든 스타일은 미국 여성들에게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샤넬이 만든 수트는, 그러니까 상의 재킷은 직선적이며 박시했고 허리춤을 조이는 다트가 전혀 없고 오히려 등쪽으로 솔기가 있어 편안함과 움직임을 최적화했다. 그리고 겉만 그럴듯한게 아니라 그녀의 철학을 반영하여 내면을 겉과 일치하게 안감도 디테일하게 신경쓴 흔적이 역력하다.
칼 라커펠트의 샤넬
그리고 샤넬의 역량은 여기까지였다. 샤넬이 죽고 뒷방 할머니 옷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던 수트를 현대식으로 개조한 디자이너는 1983년 임명된 칼 라커펠트였다. 칼 라커펠트는 샤넬의 철학에 충실하면서 끊임없이 샤넬 수트를 재해석하고 거기에 유머 코드를 삽입했다. 그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편안함을 유머와 매칭시킨 것일까?
코지와 코미디가 일치하는 면이라도 있긴 한 건가. 아무튼 칼 라커펠트는 샤넬 여사를 존경하면서 때론 조롱하는 듯한 파격적인 스타일을 많이 만들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샤넬이 추구한 무릎 바로 아래 라인, 일명 샤넬 라인을 탈피하고 미니 스커트를 만든 일이다. 직물도 트위드에 연연하지 않고 가죽, 비닐, 데님, 시멘트까지 활용하면서 형이상학적인 패션 트렌드를 만들어갔다. 덕분에 샤넬은 속물들의 워너비 패션이 되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잇템이 되고 말았다.
버지니 비아드의 샤넬
그런 칼 라커펠트는 2019년 세상을 떠났고 그의 수석 디자이너 버지니 비아드의 손에 맡겨졌다. 물론 버지니 비아니는 2000년부터 샤넬 패션을 주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칼 라커펠트가 없다고 특별히 달라진 건 없었다. 버지니 비아니는 샤넬의 철학만 가져다 썼다. 그러니까 샤넬이 당시에 여성들에게 편안함을 안겨 줄 요량이었던 것처럼, 비아니도 21세기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안목으로 접근해 옷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와 편안함을 추구한 샤넬 의상
샤넬이 추구한 건, 무엇보다 샤넬이 여성들에게 선사한 것은 자유와 편안함이었다. 그런데 21세기 샤넬은 가방도 장에 모셔 놓고 재산처럼 관리하는 금은보화가 되어 버렸고, 위 아래 타이트하게 조이는 스타일은 물론 미니 스커트까지 만들어서 입기도 보기도 불편하지만 럭셔리한 자랑거리 패션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것이 21세기 여성을 위하는 패션인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1920년대 샤넬은 여성 자신이 주체가 되어 편한 것을 추구했건만 백 년이 지난 샤넬 패션은 입기에는 불편하고 보기에는 부럽고 그런 속물 패션으로 전락하였다는 데는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속물 패션이 거슬린다면 럭셔리하고 우아한 패션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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