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고이 모셔둔 남편의 글러브들, 세 개는 빨간 띠로 묶여져 있고 나머지 세 개는 엎드려 놓았는데 빨간 띠로 붂어 둔 것은 수술 중인 글러브 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회복중인 것들이라고 한다. 정말 웃긴다. 야구 글러브가 수술중 이라니.
남편의 뇌구조가 어떻게 된 건 아닐까?
남편은 야구 매니아다. 공놀이야 라는 연예인 야구 팀에 창단 멤버로 시작하여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계시다는데 어린이 야구단 경험 이후 나이 마흔에 다시? 시작한 그의 야구 인생. 야구 연습이나 시합을 하고 온 다음이면 언제나 다시 태어나면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울 남편. 참고로 남편의 직업은 음악가이다. 모르긴 해도 펼쳐 놓은 여섯 개의 글러브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을 것 같다.
남편의 말인 즉 수술중인 것들은 저렇게 공을 꽉꽉 채워 놓는 일이다. 물론 내가 잠자고 있을 때 혹은 틈틈이 글러브를 이상한 방망이로 연신 탁탁 치대기도 하던데, 그것이 글러브를 길들이기 위함이라나? 어쨌튼 남편의 어린아이 같은 행동이 귀엽다. 사내 아이 하는 행동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다.
알이 꽉꽉 차 있는 남편의 글러브는 언제쯤 완치가 되어 있으려나. 다음에는 남편이 속해 있는 공놀이야 야구팀을 소개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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