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에이에이는 디자인 박물관을 겸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최근 베리 띵스라는 라이프 스타일 잡지 개간으로 인한 전시회를 하고 있는 듯.
우선 카페인지 박물관인지 건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낡은 핑크빛 문도 예쁘고 천장도 높디 높고 정제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투박함에 현대적인 느낌이 보기 좋았다.
전형적인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 듯 싶기도 하고.
뉴욕스러운 분위기도 좋았고.
현관 앞에 떡 하니 지키고 있는 두꺼비 두 마리? 였던가.
낡은 문을 좋아라 하는데,
입구 현관 문이 매우 마음에 듦.
베리 띵스의 콘셉트는 잘 모르겠다. 생활 잡지니까 인테리어 및 라이프 스타일을 다룬 잡지이겠거니 한다.
웅장하고 세련된 장소에 걸맞은 그럴듯한 인테리어가 얼핏 보기엔 보기 좋았지만
이것이 공존을 의미하는 건지 파괴를 의미하는 건지 학대를 의미하는 건지는 심도있게 파악하지 못함.
미디어 혁명 내지 미디어 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신구의 조합을 다루는 것 같기도 하고
생명 존중 혹은 생명 무시 같기도 해서 말이다.
양쪽 세로로 좁게 난 방에 한쪽은 티브이를, 다른 한쪽은 책을 펼쳐 놓았다.
테이블 위에 푸른 물에 떠 있는 사람 사진인지 그림인지를 눕혀 놓았고 블루 스크린을 세워 두었다. 뭔가 시사하는 바는 있었으리.
뿌리 채 뽑아 둔 식물들이 목매달듯이 천장에 걸려 있는 것이 못내,
혐오스럽기까지 했는데
어떤 의도인지는 모르겠다. 묻기 귀찮기도 했고.
나무 합판을 켜켜이 쌓아두고 아슬아슬하게 선인장을 올려 놓는 등
무언가 불안하고 인위적인, 작위적인 느낌이 지워지지가 않는다.
예술을 위한 사물의 조합인지,
의도를 물었다면 아! 하고 감탄사가 나왔으려나.
그러나 의도를 들은 후 얻는 깨달음은 바람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먼저 개인의 느낌이 더 중요한 거니까.
같이 간 친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예술이라며, 멋지다며.
그런데 뭐가 예술이라는 건지.
삭막한 사막 위에 질기게 생존하는 선인장처럼
각박한 현대 문명 위에도 선인장이 버텨나가고 있다는 뭐. 그런 거?
인공 돌을 기둥에 테이프로 감아둔 행위의 의도는 무얼까.
다양성을 강조한 건지...
가장 기분이 나빴던 건 이 장면.
이럼에도 선인장은 말라 죽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인지.
일종의 동정심이나 경각심을 주기 위함인지 알 수는 없으나
식물을 이렇게까지 괴롭혀가며 예술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고 싶었던 걸까.
사물의 중요성을 강조함인지 어쩐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나는 다소 언짢았을 뿐.
소소하게 병 등, 사물 구경하는 것은 흥미로웠지만 특별함은 없었다.
이렇게 감상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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