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때보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이들도 자발적 노예가 되어 정치인을 빨고, 그들의 와이프나 자식을 사랑한다고 옹호하는 이상한 현상이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자유를 사랑하고 특히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미국이란 나라는 유난히 전통과 왕족에 대한 흠모가 대단하다. 군주제 시절의 동화속 왕자와 공주 이야기를 이렇게 좋아하는 나라도 드물 정도로 미국인은 왕정시대에 대한 로망이 있나 보다.
출중한 미모와 사회적 매력의 결합은 자칭 보편적 시민으로 구성된 미국 사회에서는 희토류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왕실의 계급 시스템을 경험한 적이 없고 그럴 일도 없기 때문에 자신들이 가질 수 없는 사회적 지위의 열망이 엘리트 출신 자녀들을 흠모하는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면 미국을 비롯한 서양 모델 시장의 흐름은 어떻게 변화되어 왔을까.
요즘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치는 연예인 족벌 세습에 대한 업계의 편애는 아이러니하다. 한 사람의 명성이 대를 이어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이젠 당연하게 받아질 정도이다. 실제 국내에서 유행하는 예능 다큐 프로만 하더라도 스타의 결혼,출산에서 양육 과정까지 지켜보면서 그들의 2세들이 커가는 모습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그렇게 대중에게 익숙한 그들은 자연스럽게 유명인이 되어 연예인이 되어가는 모습이 레알 트루먼 쇼 영화 실사판 같기도 하다.
이젠 올드 미디어로 불리는 tv매체에서는 과거 시험 보듯 오디션 문화가 성행하고 있는데 유독 영화, 패션 업계는 소위 네포티즘 붐이 일고있다.
물론 뉴미디어로 자리 잡은 유튜브는 일반 사람이 특이한 컨텐츠 하나로 유명 인사가 되어가고 있긴 하지만 이것은 잠시 열외로 하고.
패션계에 불어닥친 네포티즘에 대해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 부분이 있어 올려본다.
국내에서 네포티즘의 부정적 예시로 대형 기획사 대표 조카부터 유명 가수 딸 등 영 아니올시다 인물들이 뜬금없이 걸그룹 멤버로 등장한 예가 있지만 일단 개인의 역량이 부각된 건 아니니 이것도 열외.
국내에는 대표적으로 유명 배우의 딸이 모델로 활약하고 있고, 해외에는 이제 막 데뷔 신고식을 치룬 케이트 모스의 딸 릴라 모스가 연예인 네포티즘의 부정적인 전형이라고 봐야겠다.
일단 국내 시장 사정은 세계적으로 어마무시한 파장과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들만의 리그라고 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셀럽들의 사례 중심으로 다뤄보겠다.
우선 해외 모델 산업의 히스토리를 살펴보자면,
1910년대 삽화로만 구성되던 잡지가 점점 사진으로 대체되기 시작하면서 실제 모델의 활약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를 정점으로 패션 모델은 슈퍼 모델이란 타이틀을 달고 초특급 스타들이 탄생하게 된다. 어떤 모델 사이트에서는 이들을 레전드 모델로 서술하고 있다.
그러니까 현재 40~50세를 넘긴 1990년대 슈퍼모델들, 케이트 모스, 크리스티 털링턴, 신디 크로포드 등은 지금도 활약하며 대를 이어 부와 미모를 세습하고 있다. 물론 그중에는 2세 강화에 성공해서 대중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점점 장인 정신은 사라지고 태어나기만 하면 부모의 타이틀 만으로 연예계의 음서제도가 말뚝을 박은 모양새다.
연예 직종도 배우나 가수 등 다양하지만 특히 모델계는 이러한 스타 2세들의 데뷔 무대 혹은 커리어 쌓기용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이 확연하게 보인다. 그중에서 나를 짜증나게 만든 건 내가 너무 좋아하던 케이트 모스의 딸 릴라 모스의 데뷔 때문이다.
신디 크로포드의 딸 카이아 조던 거버나, 모니카 벨루치의 딸 데바 카셀만 봐도 이의 없이 오히려 부모를 뛰어 넘을 것 같은 기대감에 역시!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외모이지만, 바네사 빠라디와 조니뎁 사이에서 태어난 릴리 로즈 멜로디 뎁부터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던 것이 릴라 모스 데뷔는 좀 너무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아! 물론 케이트 모스 데뷔때도 세상의 눈이 녹록치는 않았다. 비쩍 마른 병아리 같이 생긴 모델이, 170센티도 안되는 단신에 오다리 모델이라느니 라며 비평이 쏟아졌지만 대중은 그러한 그녀를 선택했고 사랑했다. 물론 그 어떤 후광도 없이 자체 발광해서 현재의 위치까지 오른 자수성가형 모델이다. 1990년대 초반 데뷔한 케이트 모스는 신선하고 파격적인 이미지로 대중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십 년 뒤 태어난 케이트 모스의 딸내미는 아무리 좋게 보려도 애를 써도, 케이트 모스의 이복 동생 로티 모스보다 못한, 그냥 일반인이래도 고개 한 번 돌려 보지 않을 무색무취의 밋밋한 모습이다. 아직 성인이 안 되었다고 해도 외국인은 이미 13세가 되면 외모에 꽃을 피우는 데…16세가 된 릴라 모스는….
물론 얼굴이야 벨라 하디드처럼 성형과 시술로 예뻐질 수 있다고는쳐도 몸매 비율은 어쩔겨.
케이트 모스는 키가 작아도 얼굴 작고, 다리가 휘어도 길었고 밸런스가 좋았다고.
릴라 모스는 서양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 크고 길쭉하고 눈이 맹하다.
아버지의 후광으로 15세 때 모델로 데뷔한 이반카 트럼프도 구설수에 오르긴 했었지만 적어도 그녀는 스마트한 이미지에 얼굴이나 비율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이러니 연예인 네포티즘 얘기가 부정적으로 흘러 나오는 거다. 비단 릴라 모스의 문제만은 아니다. 날건달 같은 이미지의 베컴 아들 브룩클린 베컴도 부모 버프 아니면 대책 안 서는 비쥬얼인데 스캔들만 넘치고.
다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까지 풍요의 시대에 걸맞게 린다 에반젤리스타, 나오미 켐벨, 크리스티 털링턴, 신디 크로포드, 클라우디아 쉬퍼, 같은 키가 매우 크고 얼굴이나 몸매가 완벽한 슈퍼모델이 각종 커버를 장식했고 영웅시되었다.
그러다 90년대 초반 갑자기 작고 마른 오다리 모델이 등장했다. 그녀가 바로 케이트 모스였다. 케이트 모스의 등장은 부모 세대에게는 걱정을, 젊은 세대는 열광을 가져왔다. 그녀의 지나치게 마른 몸매가 청소년의 무리한 다이어트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염려는 기우일 뿐이었다. 케이트 모스는 독보적이고, 개성이 뚜렷했고 조금은 만만했다.
감히 접근조차 할 수 없는 크리스티 털링턴같은 완벽한 외모가 아닌 대신에 너무나 스타일리쉬했다. 케이트 모스의 친근한 외모와 번뜩이는 패션 감각은 대중을 열광하게 하였고 업계는 보다 개성있는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부유하고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시대상을 반영해 패리스 힐튼의 리얼리티 프로가 엄청난 파급을 몰고 온다. 부자들의 사생활이 일반 사람들에게 흠모의 대상이 되면서 스타들의 사생활 및 일상 스타일은 슈퍼모델들이 무대에서 과장되게 입고 나오는 스타일보다 훨씬 파급 효과가 컸다.
부와 개성을 업고 나오며 패션 업계를 뒤흔든 이는 2010년대 등장한 카라 델레반 이후부터였다. 본격적으로 개인 혹은 개성있는 모델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엘리트 출신 자녀들을 선호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직업 세습까지 도달한 현 사태의 본격적인 제공자는 카라 델레바인이라는 한 모델 에이전시 직원의 말도 있었다.
2010년대 초반 영국 귀족 집안 출신의 델레반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케이트 모스같은 체구에 비슷한 느낌의 패셔너블함이 대중을 매료시켰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비호감스러운 외모이다. 패션에 대한 진정성이 1도 안 보이는 언프로페셔널한 모델이라는 생각뿐이다. 이러한 스타가 탄생한 계기는 2010년에 런칭한 인스타그램 덕분이며 인스타에 소개된 찰라의 매력을 무대까지 옮겨간 것이다.
그녀가 덕분에 머니걸이 된 것이 그녀의 자질 덕분이었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유명세를 인기와 돈으로 치환한 그녀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모델로서의 매력은 젬병이었다.
패션 생태계가 이미 스타성을 검증받은 이들이 장악을 한 뒤로 등장한 이들은 소외층이었다. 옛날 같으면 말도 안 되는 트랜스젠더 모델을 비롯하여 백반증 모델부터 온몸에 털이 잔뜩 난, 좀 이상하고 기괴한 현상이 편견없는 세상과 개성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해서 활약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남성 모델이 여성 옷을 입고 일종의 성 파괴는 기본인 이상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게 정상인 것인지 곧 정상으로 돌아가려는지 알 수가 없다.
모델계의 이상한 현상은 모델만 해당한 것은 아니다. 인스타 그램용 스타가 무대에 등장하면서 특히 그들을 추종하는 십대 타겟층들을 겨냥해 디자이너들도 전통을 파괴하고 유치하고 기괴한 룩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기발함과 미래지향적인 것과는 무관하게 어린 아이들의 눈에 예뻐 보이고 비싸게 잘 팔릴 스타일에, 값은 지나치게 비싸서 똥멍청이 십대들이 자랑질하기 좋은 아이템들 투상이었다.
패션업계는 이제 기괴함이 판치고, 명품을 선호하던 기존 소비자들은 점점 브랜드가 드러나지 않는 옷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뭔가 브랜드를 드러나는 의상을 걸치는게 십대들의 장난에 놀아나는 기분이랄까. 혹은 트랜스젠더나 ,화류계에 종사하는 격조없는 이미지를 줄 것 같은 기분에. 그전에도 소비층이 한정된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음지에서 활약하던 이들은 그들만의 세상에서 조용히 과시했지 인스타 등을 통해 노골적으로 브랜드를 드러내지는 않았었다.
보통 국내의 공효진이나 전지현처럼 잡지모델에서 출발해서 탑스타가 되는 수순을 밟았듯, 패션 무대는 연예인 자녀들이 도약하기 위해 디딤돌로 삼는 최적의 장소가 되었다. 그것은 즉, 패션 무대의 컬리티가 하이틴 잡지급으로 전락했다는 의미이다.
그런 무대 위에 등장한 옷을 몇 백 만원에서 몇 천 만원씩 주고 살 이유가 있을까?
무대 위의 패션은 더이상 명품이 아니다. 그냥 유명인 자녀들의 값비싼 놀이터가 됐을 뿐이다.
패션업계는 아직도 탑스타 혹은 초특급 부자들이 자신의 옷을 선정해 주길 기대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재능을 보여주지 못한 어줍잖은 모델들이 패션 무대를 장악한다면 언젠가는 무대 자체가 소멸할지도 모르겠다.
나 같으면 그들만을 위한 룩북을 만들어 꼭꼭 숨기면서 특권층의 나만 알 권리를 도와주겠다. 어차피 들통날 일이지만 적어도 아이들의 놀이터 같은 이 난장판 같은 쇼에서 명품을 건지고 싶지는 않다.
내가 좋아했던 옷들은 90년대를 섭렵한, 일상에서는 감히 구경도 못할 독보적인 마스크와 몸매의 모델들이 걸쳐 입던 브랜드의 의상이지,
말도 안 되는 누구의 자식이 걸치고, 젠더가 불분명한 사람이 입고 나온 옷을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중성화에 동참하라는 건가. 개성은 존중하되 젠더 구분은 엄격해야 진정한 취향 존중이 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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