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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col media/미디어 리뷰 모음

이정재/황정민 영화 신세계 감상 후기

by roo9 2021. 12. 7.

 

 누군가 황정민 연기가 기가 막히다고 하였고 누군가 이정재가 기가 막히게 멋있다고 했던 기억으로 다운받아 본 영화. 극장에 가서 봤으면 했지만....

누군가에게 약간의 스토리를 전해 듣는 것 만으로도 영화 도니브레스코가 얼핏 떠올랐었다.

리뷰 중에도 솔찮이 도니브레스코나 대부와 비슷하다는 글을 본 것 같다. 나중에 보니 무간도 짝퉁 같기도 하고.

 

 

 

대략 홍콩 느와르 풍 영화라고도 하고, 감독이름이 여자 같아서 정말 너무 너무 순간 흥분하기도 했던. 여자가 이런 영화를 만들면 얼마나 멋질까. 뭐

 

뭐 깡패 양산 영화 하면서 부정적인 사람들도 많지만, 이런 영화는 깡패를 영웅화 시킨다기보다 그냥 전형적인, 남자 냄새 물씬나는 남성 영화로 칭해야 할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이 얼마나 경악을 할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페미니스트 감독들이 만든 영화는 별로 안 좋아한다.

 

인간의 본성이 사악하다고 보질 않는 것 같아서 말이다.

이런 영화를 보면 계도를 하기 위함이 아닌 뭐랄까, 쉽게 말하면 어리석고 교활하고 잔인하고 할튼, 그런 복잡미묘한 인간사를 보는 것 같아 좋다.

 

영화 스토리를 얘기하는 건 스포일러니까 예의는 아니겠지만, 알아도 영화 보는 데는 지장 없을 듯 하여....

 

 우선  배우 박성웅과 황정민 그리고 점점 더 멋진 연기로 추앙받는 이정재. 그리고 최민식. 이들이 나온 것 만으로도 기대감 증폭.

 

 처음 이경영의 모습이 보였을 때, 순간 비열해 보이는 배우 리스트를 떠올려보면서 비열함이 매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며 새삼 깨달을 정도.

 

 

 

 이정재의 내면 연기가 잘 표현되어야 했던, 그러니까 연기는 이정재가 제일로 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 신세계. 딱 보자마자 이정재가 스파이 짓을 하는 걸로 표현되는 데. 영화는 끝까지 봐야 하니까.

으레 남성 위주의 영화가 그렇듯, 여성은 그냥 눈요기 거리다. 일부 자존심 센 배우들은 이런 영화에 출연하려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신인들이 자주 나오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나마 비중 있게 잠시 나왔던 송지효.

송지효 까기는 여기서 하고 싶지 않지만 송지효는 호감 배우이긴 분명하지만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적이 없다. 일단 송지효는 발음부터가 기본이 안 되어 있다. 연기에 진지함도 뭐랄까 고찰하는 것도 없어 보인다. 런닝맨 할 땐 그리 멍청해 보이지 않는데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땐 그냥 영혼없이 연기를 하는 것 같다. 분명 이 영화에서도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길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래서 조금 아쉽기도 하다.

 

 

 

 

 그리고 황정민은 다들 연기 잘 한다고 난리지만, 난 황정민에게 그닥 매력을 못 느끼겠다. 너무 잘해서 매력이 없기도 하고 너무 거칠어서 아무튼 투 머치란 생각이 다분히 든다. 너무 적나라할 정도로 연기를 잘해서 그런 것 같다. 신세계에서도 초반은 다소 거북할 정도로 느낌이 그랬다. 그러나 분명 그의 그런 연기를 극찬하는 사람도 많이, 아니 대다수 일거다.

 

개인의 호감과는 별개로 황정민이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여운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그냥 그 캐릭터로만 보인다. 정청. 그게 황정민식 연기의 매력인 것 같다. 그래서 황정민이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 일수도. 이건 디테일한 생활 연기의 달인인 정우와도 사뭇 다른 느낌이다.

 

 

 

어쨌든 황정민의 연기는 그러하였다. 그리고 점차 그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의 버라이어티한..그야말로 그는 연기에 힘이 들어가야 할 때와 뺄 때가 어떤 지 아주 잘 알고 있는 배우인 듯. 암튼, 대단한 배우임은 분명하다. 좋아하진 않지만 존경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신세계에서는 약간 히스레저 스타일을 모방했던 건지...

 

 영화에 관한 해석을 두고 분분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영화 보는 이들의 묘미 아니겠는가. 정작 만든 감독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으니 흥하기만 해라, 모드일 테지만.

그래서인지 초반부터 이경영을 누가 죽였는지도 모호하게 설정해 버리고 정확하게 어떤 개연성을 가지고 골드문을 치려 하는지, 조금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보다는 이미지 위주로 전개를 한 부분이 있다. 영화 촬영 스타일도 미학적으로 인물의 클로즈업 위주로 많이 다뤘다.극장에서 보면 몰입도가 더했으리라.

 

 다소 미진한 부분도 있다. 이정재가 경찰 신분을 감추고 갈등하는 부분은 그렇다고 쳐도 정확하게 최민식의 목표는 무엇인지 박성웅도 왜 그렇게 마냥 악하게만 나와야 했는지 황정민도 왜 그렇게 이정재를 좋아하는지.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고 하지만 마지막에 나온 부분은 사실 일종의 트릭 아닌가. 사람들은 그것이 마치 기실 이자성과 정청이 동네 돈독한 선후배 사이인 것처럼 묘사했지만, 형사 최민식과 이정재와의 만남이 더 오래 전의 일로 기억되는 데.

 

 

그럼에도 그것은 마치 반전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만큼 이정재와 최민식의 친밀함보다는 황정민과의 돈독함을 보여주고 싶기 위함이겠지. 이정재의 회상 씬에서 최민식과의 관계를 기억하며 종이를 불태우고, 황정민의 라이터를 켜며 담배를 물고 그와의 과거를 회상하는 씬으로 끝난 거면....

 

 누구나 영화를 보는 관점이 다르겠지만, 내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최민식이 너 화교 맞지? 했던 부분이다. 이정재가  줄곧 최민식 앞에만 서면 끌려온 강아지 모냥 초조해하던 모습이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던 게 아닌가 싶다. 권력자의 편견을 가진 눈과 아무 사심없이 자신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는 황정민과 너무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저 의무감으로만 똘똘 뭉치며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비밀 경찰들과 그래도 나름 인간적인 정이 있고 멋을 아는 비록 개멋이래도, 아무튼, 그런 두 종류의 삶의 방식 가운데 놓인 이자성.

국적부터가 다소 모호한 정체성을 가지고 태어났고 현재 상황도 중간에서 위태롭게 균형을 맞추고 있는 관계가 극도로 불안해 보인다. 이미 이자성은 죽음이 두렵지는 않은 것 같다. 그냥 자신이 소속된 관계에서의 믿음이 깨져버린 상황에 대해서만 불안해 했던 것 같다.

 

 

 

 

끝내는 이자성이 경찰임을 알았음에도 스파이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과정을 보여 준 정청.

암묵적인 메시지 일수도 있고. 그러나 결론은 정청은 그냥 본래가 잔인한 금수같은 성정을 가진 인물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잔인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너무나도 인간적인 정많고 감정에 충실하고 천박하고 잔인하고 뭐 그런 인간. 그럼에도 경찰 최민식보다는 깡패 황정민에게 더욱 친근한 정이 간다. 최민식은 그저 지시만하고 사람을 그리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도 안 나오는데도 말이다.

 

 

 

 

 

 

 

 

 

촬영 나름 괜찮게 하고 음악 좀 괜찮고 배우들 연기 훌륭하고 그런 것만으로 괜찮은 영화 반열에 오른 거지 깊은 깨달음을 줄 정도의 영화는 아니다. 그래도 일단 재밌긴 했다는 거.

 

 

 

죽기 일보 직전 이자성을 따로 불러 놓고 하는 말. 호흡기를 갖다 대려 하자

-너 나 감당할 수 있겄냐

라고 말하며

-독하게 살아. 그래야 니가 살아. 알지?

도니브레스코 영화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대사도 가장 깊게 남는다. 독하게 살아야 내가 사는 세상이 분명하니까.

 

 

 

 

 이자성은 인과응보식으로 똑같은 방법으로 복수 한다.

이러면 완전히 나가린데. 정말이지 최민식은 뭘 원했던 걸까.

 

 

 

 

 그리고 이자성은 여자에게 다시 돌아갔을까. 왠지 다신 이 집에 발을 안 디딜 것 같은 느낌.

 

 

 

 다소 진부했던 대사는 오늘 따라 날씨가 좋지?

죽기엔 좋은 날씨군, 식의 뫼르소 버전.

 

 

 

 

 

 

 

 

 이정재는 어쩜 날이 갈수록 더 멋있어 지는지. 관상도 그랬지만 이정재 보는 맛에 영화가 더 재밌던 것도 사실. 수트핏이 예술.

 

 

 

 

 

 

 

정청이 그가 경찰 신분임을 알았음에도 발설하지 않은 건 아무래도 그동안 지켜 본 결과 그 잔인한 습성이, 아니 쉽게 말하면 양아치 같은 성향이 너무나 잘 어울렸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죽기 전에 선택 잘 하라고 한 것 일수도. 너에겐 양아치의 피가 흐르고 있어. 그러니 여기서 나처럼 살아. 뭐 이런 마음?

결론은 영화는 선악을 논할 그런 스토리는 아니다. 나름의 인과응보도 있긴 하지만,

선택의 기로에 놓인 한 인간의 복잡미묘한 갈등과 속고 속이는 사회에서 독하게 살아야 살아 남는다는 냉혹한 현실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

 

영화를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정청과 이자성이 짜고 쳤던 고스톱이었다는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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