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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col media/미디어 리뷰 모음

응사 14회 나를 변화시킨 사람들 Ⅰ 리뷰

by roo9 2021. 12. 6.

 

 

이들은 여전히 회비를 걷으며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돈독한 관계라는 것을 감안할 때. 모든 갈등구조가 해소되고 대체로 화기애애한 상황이라고 보여지는데요.

 

 

나정이는 꼼꼼하게 스크랩해둔 음식점 리스트를 서랍에서 꺼내  칠봉에게 건네 줍니다. 쭌이러면서. 또한 칠봉은 그것을 익숙하게 받아 들고 메뉴를 고르는 모습입니다.

이사 온 첫 날 음식점 메뉴가 빽빽하게 정리된 노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의미겠죠. 여기서 나정이 새로 이사한 집이 아닌 누군가의 집에 짐을 추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성동일 집에 들어온 것이 맞는 듯하기도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사 온 첫 날 저리 빽빽하게 스크랩할 리는 없지 않은가요. 칠봉이도 노트가 익숙한 걸 보면 하숙생처럼 이 집에 드나드는 게 익숙했던 걸로 보입니다.

 

 

소주 두 병 시키라고 하자 나정이 발끈하며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며 절대 안된다며 칠봉을 향해 소리칩니다. 쓰레기가 남편이 아니란 전제하에 둘이 다시 친숙한 남매로 남기로 했다면,

 

 

 

친오빠 생각하는 마음으로 그리 표현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둘이 사겼던 이상 그리 예전처럼 돌아가긴 쉽지 않으리라 봅니다. 나이를 먹어도 저리 허물없이 대하기는 부부사이 외에는 쉽지 않은 일이겠죠. 준에겐 살갑게 대하고 쓰레기에겐 다소 귀찮은 듯 익숙하게 대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부부 사이 맞네요.

 

 

현재에서 다시 과거로 돌아가 둘이 첫키스를 하고 난 장면이 나옵니다.. 소주에 얽힌 에피를 추억하며 쓰레기의 회상처럼 여겨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순수하고 맑던 나정이 중년에 접어들며 우악스럽고 거칠게 변한 모습에 과거의 그 순수했던 모습이 떠올랐으리라.

무엇보다 나정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긴장한 모습을 드러낸 이 씬은 백미였습니다.

 

 

 

손을 꽉 주고 호흡 정리하고 뜨거워진 몸을 손으로 짚어보기도 하며 진정한 모습이 실감나게 연출하였습니다.

 

 

 

 

 

 

 

그에 비하여 너무 태연한 쓰성. 쓰성은 긴장하면 다소 까불고 오버하는 기질이 있고 나정이는 조금 버벅거리는 편인 듯. 오히려 더 친숙하게 다가가자 나정은 당황한 모습.

뭐 좀 먹을까 했더니 네, 저 응, 이러면서 긴장한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리얼하게 전달되었습니다.

 

어설프게 끌려가는 나정의 풋내나는 행동, 그 뒷모습이 아직 미숙한 여자아이로 보이네요.

 

 

 

무언가에 잔뜩 주눅이 든 나정이.

 

수시로 삐삐를 치기로 했던 윤진이는 이번에도 어김없는 방해꾼. 급기야 나정은 밧데리를 빼놓고

 

그것도 모르고 윤진이는 연신 8282를 눌러댑니다.

-넌 나 없으면 어쩔 뻔했냐. 복 받은 가시내 하면서 자찬을 하는 윤진의 모습이 사뭇 귀엽습니다.

그러나 14회는 전반적으로 가장 재미가 없고 어수선했던 편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중에서 나레기 커플씬은 압도적으로 재밌고 러블리한 모습을 잘도 연출해 내었지만 기대했던 해태의 군대 에피소드나 윤진의 서태지 빠로서의 열연은 혹평을 면치 못할 것 같아 보이네요. 아직 연기의 기본이 제대로 안 된채 오직 여수가 고향인 것만 보고 뽑았다고 하던데, 연기로 인정받기는 아직 갈 길이 한 참 먼 것 같고, 어쩌면 연기에 정말 소질이 있기나 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빙그레의 무언가 스토리를 닮긴 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서두르고 서툴게 전개된 느낌도 실망스럽습니다. 14회의 여파로 15회도 시청률이 다소 저하되었다고 하는데 그냥 기대 없이 자연스럽게 보면 재미가 반감되는 건 아니나 전편을 보고 난 후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에 다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차라리 나레기 커플의 전개를 조금 슬로우하며 깊이 있게 집중적으로 다루기만 해도 되었을 것을 싶기도 했고. 어쨌튼 편집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았고 조연 배우들의 연기나 카메오들의 활약도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유행했던 헤이즐럿 커피가 나온 것도 인상적이었고 그러나 당시 저리 큰 잔에 헤이즐넛이 나왔었나 싶기도 하고. 당시에는 금테 두른 클래식한 커피잔이 주류가 아니었나요? 설정 오류 맞네.

 

 

집에서 밥을 먹을 때도 쓰레기는 항상 나정이 옆에 앉았었습니다. 연인이 되었다고 일부러 옆에 앉은 것 같지 않게 나정이 옆에 쓰레기가 앉는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둘이 케미 발동하여 스킨십을 한 사이가 되었다 하여도 친숙하고 익숙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무언가 칠봉이와 있을 때는 옷도 그렇고 다소 의례적이고 격식을 차린다는 느낌이 있지만 나레기와는 그런 모습이 덜합니다. 그리고 커플 분위기일 때 유독 컬러 매치가 잘 되는 둘. 블루 컬러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나정이 쓰레기에게 흡수되어 갈 때마다 푸른 색의 옷을 입는 듯.

 

 

 

 

스파게티를 절반 이상 남기고 따뜻한 커피가 나오자 다소 긴장이 풀렸는지 그제야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는 나정. 괜히 서럽고 괜히 울고 싶고 무언가 복합적이었으리라. 간혹 나정이 이 씬에서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절절하게 공감했으리라 봅니다. 특히나 짝사랑을 근 1만 시간 동안 해오지 않았던가요. 쓰레기를 이성적으로 좋아하고 난 뒤 나정은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을 겁니다. 고백을 한 뒤로 늘 조급하고 오빠가 신경 쓰이고 그런 애절했던 마음이 보상을 받는다고 여기자 맥없이 눈물이 흐른 것 같습니다. 이 부분도 나정의 깊이 있는 연기력에 박수 치고 싶습니다.

 

 

 

 

- 니 지금 우나, 울긴 왜 우노. 오빠가 잘못했다. 오빠가 미안. 다시는 안 그럴께. 미안해. 오빠도 니 좋다카잖아.

 

쓰레기는 평생 나정을 위해 헌신했던 사람입니다. 친구이자 나정의 친오빠인 태훈과 있을 때도, 친구가 사라졌을 때도 나정의 곁에 있으며 오빠 같이 한 결 같은 마음을 보였습니다. 그게 남매로서의 아웅다웅이었다 해도, 나정이 여자가 되어가면서 비로소 느낀 쓰레기의 챙기는 마음에 감동을 받았던 거고. 그건 일종의 보답 같은 감정과도 같다고 봅니다. 쓰레기는 본인 자신도 나정을 그리 좋아하는 지는 몰랐을 테지만, 정말이지 공부외엔 모든 것에 무관심한 쓰레기는 오직 나정과 나정의 가족을 위해서는 헌신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얼핏보면 쓰레기는 동생처럼 무심하게 대하다 나정이 좋아한다고 하니 처음에는 헷갈리다가 자기도 좋아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데 그간의 숨은 감정들이 표출 되었을 뿐이라고 보는 거임.

 

 

나정이 때문에 생각이 많아진 칠봉. 언제나 티는 안내지만 마법사 같이 사람 마음을 잘도 꿰뚫어 보는 빙그레.

-나정이 때문이지? 하숙집 애들도 다 알아. 포기해. 나정이 선배님 좋아해.

-선배도 나정이 좋아해.

빙그레는 안 그런척 하는 것 같아도 은근 직구 화법입니다.

처음부터 시종일관 괜찮은 캐릭터로 굳건한 이가 삼천포라면 처음엔 별로였다가 갈수록 호감으로 치닫는 캐릭터가 빙그레 같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빙그레가 남편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에 비중을 두게도 된다는. 그 부분은 다음 회차에 더 길게 쓰도록 하고.

나정일 집에 데려다 준 쓰레기. 집 앞 인테리어 중 야구 공 두 개 중 한 개만 남아있는 게 다소 의미심장합니다. 그리고 빨간 실 뭉치도 그렇고. 뭘 표현하고자 했던 건지 알 수가 없네요.

 

익살맞게 재미진 애정씬을 연출하고 쓰레기는 잊고 있던 목걸이를 나정에게 줍니다.이자뿌리지 말라며....

 

 

할 말이 뭐였다고 묻지만 쓰레기는 몸으로 말했다고 하고 말로도 했다 합니다.

둘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경상도 특유의 기질을 발휘하듯 앞에서는 무뚝뚝하고 험한 말 뿐이지만 뒤에서는 누구보다 좋아하는 쓰레기.

 

 

 

 

 

 

 

신이 나서 팔을 좌우로 흔들며 들어가는 나정이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그리고 1996년 1월이 되었습니다. 쓰레기가 나정에게 고백한 날이 8월 3일 이었던가.

해태의 군대 에피를 나름 실감나게 표현했다고 봐야 할지, 재미가 있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감대가 전혀 없었고 재미도 없었습니다. 불필요한 씬 같기도 한 게, 작위적으로 에피를 만들고 웃기려다 보니 오히려 역효과가 난 듯 싶네요.

 

너무도 익숙한 밥풀 묻은 호빵. 그리고 왕손이 엄마의 통큰 행동은 어김없이 발휘됩니다.

 

96년인가 97년 초반까지 였던가. 당시에 맥라이언 머리가 유행했었습니다. 나정의 머리도 모티브를 거기서 따온 듯싶고요. 헤어 스타일이 고릴라에서 인간 여성처럼 변하는 것도 설정이었던가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슬기 씬입니다. 신내림을 받은 슬기. 서태지 은퇴설을 예언하기도 하는데.

 

이부분은 각별히 정말로 오빠와 동생의 관계는 어떻다 라는 걸 보여주는 부분 같습니다. 쓰레기가 그동안 동생이라면서 곁에 있어주고 지켜주고 했던 것에 비하여 쓰레기는 슬기를 상당히 귀찮고 거치적 스럽게 여기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 모습이야 말로 지극히 정상적인 남매의 모습 같습니다. 그러니 다시 언급하지만 그동안 쓰레기는 무의식적으로 나정을 여자로 보고 있던 거지 결코 친동생처럼 대했던 게 아닙니다. 다만 친동생이란 강박관념이 작용했을 뿐.

 

쓰레기가 사촌동생 슬기에게 그리 막 대하니 슬기도 막말을 내뱉습니다. 여친의 정보를 가슴 사이즈 까지 언급하면서 처음엔 여자가 더 좋아했는데 지금은 오빠가 더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쓰레기는 다소 공감 못하는 표정입니다.

왜냐하면 쓰레기는 처음부터 나정을 더 많이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학 가겠나를 점쳐 보라며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거겠지 라며 이숙이 니 때문에 흰머리  한 대빨 나왔다고로 들었는데 잘못 들은 건가. 이숙이가 누구지? (글 수정 중인데 이모부가 이숙이라고 댓글 남겨 주셨습니다 감사요.) 이모는 새벽 기도 나가는 걸로 듣긴 했는데, 하나 뿐인 동생이라 했으면 사촌 여동생은 한 명인 것 같고, 나이가 동갑인 슬기 언니라도 있다는 건가. 정말이지 모르겠는 부분.

 

 

있을 때 잘해라. 내라도 그놈한 테 가겠다라며 헤어짐을 암시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도 진정성있게 와 닿지 않는다. 쓰레기가 나정을 만나면서 한 번도 서운하게 해준 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나정이가 불만을 얘기한 적도 없고 쓰레기는 그런 성격이 아님. 그럼에도 쓰레기는 내심 무언가 걸리던지 그냥 해 본 소리지라며 불안해 합니다.

 

가끔 2층 방에 있는 표범 인형도 거슬립니다. 자세를 매번 다르게 취하고 있는데 누굴 상징하는 지 모르겠다는 거.

 

지구 종말론 얘기를 하면서 1999년 12월 마지막 날 하숙집에서 모이자고 합니다. 서로 혼자 나와 있을 거라고 얘기하고, 이건 무슨 암시 같기도 합니다.

 

 

우리의 방해꾼 윤진은 이번에도 주사 남발로 나정이 쓰레기와 교제 중임을 폭로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비밀 연애를 하고 있었던 듯싶기도 하고 칠봉이가 알고 있음에도 새삼 충격으로 다가 온 것 같기도 하고.

 

 

 

일본 진출을 앞두고 칠봉은 닳고 소중한 공을 하나 상자에게 꺼냅니다. 상자에게 꺼내 든 이유는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겠죠. 참 그 전에 하숙생 친구들이랑 같이 술마실 때 빙그레가 칠봉이에게 보고 싶을 것 같애라며 칠봉이에게 건넨 말이 참 와 닿았습니다. 이때부터 빙그레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 듯. 그 한 마디가 진실하고 뭐랄까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그랬는지. 하여튼.

 

점점 오빠 말을 잘 들으며 연애 꽃을 피우는 나정이. 물개 인형이 고릴라 위를 덮치고 있습니다.

 

 

인어공주를 위하여 만화의 대사 이대로 영영 돌아오지 마라! 부분에서 칠봉인 나정에게 노크합니다. 뭐 별 것 아닐 수도 있습니다. 쓰레기가 만화를 볼 때도 나정이가 들어온 순간 위험해, 무서워 등의 대사가 보였으니까. 상황별 재치 같은 거로 여겨도 될 테지만. 어쩌면 나정의 칠봉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 일수도.

 

 

단호박녀 이미지가 강한 나정의 경우 한창 사랑에 빠져있고 연애 중인데 누군가 좋아한다고 곁에서 서성이며 불쑥불쑥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건 실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칠봉이만 바라보았을 때는 순수하고 더군다나 멋진 남이니까 그럴 듯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나정이 입장에선 정말이지 영 불편했을 것입니다. 편한 친구도 아니고 그렇다고 좋아지지도 않으며 좋아해서도 안 되는 사람이니 말입니다.

 

 

칠봉이는 마지막인데 소주나 한 잔 하자고 합니다.그래서 둘은 나가고.

보통은 친구들이나 가족을 더 챙길 것 같은데 나름 혈육인 빙그레와 오붓한 시간을 갖기 보다, 하숙생 친구들과 더 살뜻하게 굴기 보다 나정의 부모에게 혹은 친부모에게 감정을 보이기 보다 오직 좋아하는 여자 한테만 목매는 모습이 집요하게 느껴지고 다소 질려 보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칠봉빠들은 칠봉의 모든 점들이 멋있고 순수하고 애틋하게 와 닿으려는 지 모르겠지만 제3자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사랑에 목을 맨 무모함으로 보이기도. 그리고 정당하지 못하다는 생각도 다소 들었다는.

 

빙그레는 칠봉에게 왠지 너 일본가면 두 번다시 안 올 것 같다며 너 나정이랑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소주나 한 잔 할까.

-그래 나가자.

-너 말구.

그러고 나정이랑 나온거였습니다. ㅎㅎ

 

-그래도 마지막 밤인데 소주 한 잔 정도는 할 수 있지?

 

 

나도 인자 서울 말 잘한다.

인자가 아니라 이제.

-넌 나 안 불편해?

-불편하고 어색하지. 그래도 니가 싫은 건 아니다. 블라블라~~~~~~

니는 완전히 스타다 스타. 니는 일본 가서도 잘 될 끼다. 니가 우리 중에서 제일 어른스럽고 착하잖아.

-착해서 망했잖아. 너무 착해서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도 제대로 대시도 못해보고, 에라이 병신아.

-야.

-너한테 하는 말 아니야. 나한테 하는 말이야.

-준아, 눈 온다.

 

어떤 이들은 이 장면에 푹 빠졌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착해서 망했다는 대사에 완전 실망했습니다.

우선 투수는 착하면 공을 잘 던질 수가 없다고 합니다. 투수는 다소 개인주의적인 성향도 다분하고 남을 배려하기 보다 자신에게 집중해야 해서 투수는 다소 그런 기질이 있다고 합니다. 마치 주인공 같은. 그런 면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칠봉이 착하다는 것은 어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리고 착해서 제대로 대시도 못해봤다는 것도 궤변입니다. 칠봉이는 충분히 나정이에게 감정 표현을 해왔고, 하숙생들 모두가 다 알 정도로 말입니다. 나정이 또한 불편하고 어색할 정도로 칠봉의 감정을 알고 있었는데 제대로 대시를 못했다니. 그리고 이제 나정인 엄연히 다른 남자와 교제를 하고 있는 몸. 그럼에도 자신의 감정을 그리 드러내며 제대로 대시도 못했다고 운운하는 건 말이 되지 않은 상황 같습니다. 역대 이번 응사 보면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대사입니다. 사실 그렇다고 칠봉이 싫게 느껴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상식선에서 칠봉의 그 대사가 과연 적절했는지가 의문이 들어서요. 물론 나정은 칠봉에게 스타 같다고 하고 착하고 어른스럽다며 자애로운 엄마 같이 칠봉을 감싸주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칠봉은 나정이에게서 어머니같은 따뜻한 감성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언제나 외롭고 곁을 둘 사람이 없던 칠봉에게 나정은 엄마 같은 여자였던 거죠. 아마 그래서 응석받이처럼 굴었던 것 일수도. 그리고 나정은 그런 칠봉을 따뜻하게 위로하듯 복돋아 주었던 것일 듯. 칠봉의 철없게 저돌적이고 집착 같은 사랑이 어떤 계기를 통해 어른스럽고 정말 성숙해져 변해가는 모습이 전개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이 생기기도 하네요.

 

 

나정의 엄마가 따뜻하게 나정에게 눈온다라고 말해주었듯이 나정은 칠봉에게 그런 존재입니다.

나정에게 모자를 씌어주고 집 앞에서 먼저 들어가라고 합니다. 칠봉은 줄곧 검정 야구공을 만지고 있었는데 나정의 검은 자켓과 검은 모자가 의미심장하게 보입니다.  

 

 

 

지금 이 장면은 가위손? 아니 뭐 비슷한 순수한 어떤 영화의 한 장면 같이 아름답기 그지 없어 보입니다.

언제나 붉은 옷을 자주 입고 나오는 칠봉이.

그리고 좀처럼 입지 않는 검은 옷을 입은 나정이.

곧 사라질 기억 같은 존재가 되려고 그러나.

나정은 칠봉에게 우정의 악수를 청합니다.

 

 

 

 

 

칠봉은 손을 빼려던 나정의 손을 잡고 있으며 나정아 혹시 만약에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몇 년 뒤에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그리고 그때 옆에 아무도 없다면 그땐 나랑 연애하자.

 

그러나 대체로 이 말대로 연애가 시작된 커플은 현실에서 거의 본 적이 없다는...말은 그렇게 하지만 실상 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 그리고 나정은 이렇다 할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좀 아쉬었던 게 칠봉은 그냥 연애하자로 말했을 뿐입니다. 칠봉은 그러니까 아직 여자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냥 연애가 하고 싶은 거지. 나정을 정말로 사랑하고 평생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고 있는 지도. 그냥 지금 이대로가 그저 좋은 거.

 

 

 

 

 

만약에 나레기 커플처럼 둘이 만날 때, 혹은 초반에 칠봉의 야구장 갔을 때의 옷 매치처럼

이때 둘이 붉은 색의 컬러 매치를 했더라면 나중의 가능성을 염두해 두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나정의 옷이 검디 검은 옷 이었고 둘이 손을 놓는 장면이었기에

왠지 둘의 관계는 여기서 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네요.

 

 

 

 

 

 

저 나정이 같은 검은 공을 어떻게 할 것인지......

냉장고에서 호빵을 꺼내 데워 먹으려다 귀찮아서 그냥 씹는 쓰레기의 털털함. 평상시 매사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칠봉이와 대조되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음식을 밖에 두지 않고 냉장고에 넣는 습관, 스킨을 꼬박꼬박 바르는 등의 변화된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듯.

 

 

 

뭐가 문제일까 싶을 정도로 지루하기 짝이 없던 빙그레 아버지 투병 씬.

그리고 별다른 감흥도 없던 군대씬. 무엇보다 해태의 나레이션은 최악이라는 거. 어찌 그리 감정도 액센트도 없게 나레이션이 건조하고 서툴기 짝이 없던지.

 

 

친한 선배들에게 자신의 여자친구를 보여주려는 쓰레기. 보통 남자들은 정말 끝까지 갈 여자가 아니면 이런 행동은 선뜻 하기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가볍게 옷을 입고 나온 것도 아니고 격식있는 만남입니다. 그만큼 쓰레기는 나정을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쓰레기의 사랑은 보다 침착하고 멀리 내다 보며 앞으로 길게 볼 그럴 태세처럼 보입니다. 순간의 사랑 놀음에만 빠지는 것보다 오히려 보다 이성적이라는 거. 그래서 불타는 칠봉의 레드 러브보다 쓰레기의 블루 러브가 신뢰가 가는 것 일수도.

 

차분하게 옷을 입고 나타난 나정이.

 

 

요건 메이크업 아티스트 관점에서 봤을 때 다소 NG입니다. 이 당시엔 볼을 발갛게 하는 화장이 전혀 유행하지 않았습니다. 광대뼈 주위로 사선으로 음영을 살리는 화장이 2000년대 까지도 유행했던 것을 감안하면 나정이가 브러시로 가운데 뺨을 톡톡 두드리는 행위는 설정 오류입니다. 차라리 속눈썹을 붙이고 나온 게 현실적이었을 수도.

 

 

 

 

 

 

 

가볍게 악수하며 떨어지는 장면을 칠봉이와 보여줬다면 나레기 커플은 보다 더 진전된 깍지 낀 손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만큼 둘의 사이가 더 각별하고 돈독해 졌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현재로 돌아가 화제의 공 씬이 나옵니다. 갖은 추측을 난무하게 만든 의학 서적 위에 놓인 칠봉의 공.

 

 

 

 

삼천포가 책을 낸 에피를 들려주며 쓰레기는 우리 병원 도서관에도 있던데라고 말하였고 나정은 우리집에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약간 트릭 같기도 하고. 쓰레기의 집이라면 집에 있는 걸 알았을 텐데 병원 도서관이라고 말하였습니다. 하여 칠봉이가 남편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보는데,

 

칠봉이 상자에 넣어두며 소중하게 간직한 공이 저리 쓸모없게 굴러다니는 건 뭔가 마음이 떳다는 걸로 보이는데. 어쨌든, 과거 회상씬 설명 후 부연 설명해야 하는 부분. 이 부분은 다음 회차로 넘어가고

 

무언가 난감하거나 당황스러울 때 목을 긁적거리는 버릇을 짓는 쓰레기는 삼천포를 가격하며 민망한 상황을 모면하려 합니다. 다들 워워하는 분위기인 걸 보면 무언가 금기시되고 있다는 건데

분명히 칠봉과 쓰레기 사이의 미묘한 일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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