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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col media/미디어 리뷰 모음

tvn 응답하라 1994 사랑 두려움2(17회) 편 깨알 리뷰

by roo9 2021. 12. 9.

 

 

 

 

 

팔에 기브스를 하고 나정과 닭살 돋는 전화에 민정은 소스라치고.

뭐랄까 그래도 여자들은 자기 여자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면 별개로 더 호감으로 느끼게 되는 경향이 짙은 것 같습니다. 쓰레기가 어린애 같은 천진한 모습을 하고 한 여자만 사랑하고 일도 잘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민정 자신도 모르는 애착 같은 것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게 보입니다.

 

 

나정의 생일이라고 쓰레기는 부산으로 오라고 합니다. 일화는 쓰레기 갖다 주라고 생강차를 챙겨주고 나정은 들떠서 병원으로 향하는데요.

 

 

민정과 같이 걸어 나온 모습을 본 나정이. 제작진은 민정의 감정씬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그것이 이 드라마의 특성인지라 시청자의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데 일조합니다. 뒷말이 유달리 많은 것도 이 때문이겠죠. 제작진은 때로는 불친절함으로, 낚시라는 명목으로, 퀴즈 풀이라도 하듯, 등등의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 안에서 시청자는 각각 저마다의 관점과 상상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아마도 응사의 가장 큰 매력이 이 부분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하여 드라마를 단순히 멋진 배우가 나오는 것에만 심취하거나, 스토리 보다는 현상적인 것만 보고 좋아하는 수준의 일상적인 드라마를 보던 사람들은 응사 역시 그런 관점으로만 보고 즐기거나, 다른 드라마와 별 차별 없이 대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소 상상력이 풍부한? 혹은 이래 저래 학구적인? 집요한? 이들의 구미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드라마가 바로 응사입니다. 응사는 보고 또 봐도, 보면 볼수록 색다른 재미가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그중 어느 것 하나 정답은 없지만 그 많은 가능성 때문에 얼마든지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좋습니다. 정작 제작진은 딱 꼬집어 설정한 것은 별로 없어 보일 정도로 무심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저처럼 빠져들기 시작한 순간에는 이리 걷잡을 수 없는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된다는 것.

 

이번 민정이 씬 만으로도 얼마든지 많은 추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저 편에 나정을 보고도 마치 싸움이라도 종용하듯 쓰레기에게 바짝 붙어서 기브스 한 손을 만지고 웃으며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렇고, 애초에 한 시간 뒤 깨어준다고 하며 나정 앞에 의연하게 함께 등장한 것도 보통 여자들이 보기엔 질투날만 한 행동이었던 겁니다.

 

 

 

마치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라는 듯 나정의 눈에선 불이 났지만, 나정이 민정 언니에 대한 미묘한 질투심을 표출한 것 보다는 쓰레기가 생각보다 많이 다쳤다는 데 더 분개한 모습이 확대 되었습니다. 카메라는 분명 나정의 질투하는 모습을 비추고 막상 대면해선 쓰레기가 다친 것에 분노하는 모습으로 연출 된 것도 저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걸까요. 나정인 어쩜 이리 순수하고 쓰레기만을 위하는 것인지, 또 한 번 나정의 성격에 녹아든다고 해야 할까요.

 

 

 

 

나정은 속상해하며 쓰레기를 나무라고 쓰레기는 괜찮다를 연발하며 민정이가 고생많이 했지라고 지나가듯 말합니다. 나정은 오직 눈을 부라리며 민정 방면을 향해 째려보는 한 장면만 비출 뿐입니다. 이러니 정말로 나정이 어떤 기분이었을지 정답을 추측하긴 어렵습니다. 복합적인게 정답이겠지만. 어떤이는 민정에 관한 질투 부분은 생각지도 않을 수 있고, 쓰레기가 다친 것만 가지고 안타까워 하는 나정의 모습만 신경썼을 수도 있고. 어쨌거나 그러면서도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을 잃지 않은 나정은 생일 선물을 찾습니다. 작년처럼 또 그런 거 선물하면 끝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나정이가 생일 선물로 정령 받고 싶던 선물은 반지 였지만 센스 없는 쓰레기는 거꾸리를 선물하는 사고를? 치고 맙니다.

 

배꼽 빠지게 웃었을 정도로 재미지던 씬. 여자 친구 생일 선물로 거꾸리를 주는 사람이 어딨노 하지만, 쓰레기의 머릿 속엔 온통 나정이 허리 생각 뿐인 듯. ㅎㅎㅎ

같은 옷으로 커플임을 보여주는 포만 커플과는 다르게 언제나 세련된 의상 매치를 보여주는 나레기 커플. 본격적으로 연인이 된 뒤로는 나정도 부쩍 푸른 계열 의상을 자주 입고 등장하는 듯 보입니다.

 

 

여자 친구를 자랑하고 싶어 미치겠는 삼천포. 하지만 대인 관계에 자신이 없는 윤진.

 

 

 

 

역시나 어수선한 집안 꼴을 보며 경악하는 나정.

 

 

조신하게 상을 차려 내오는 나정이. 자기 생일인데도 자기가 밥상 차리고 미역국 끓이는 상황에 보통 여자들 같으면, 그러니까 소위 된장녀 마인드 같으면 뿔딱지가 날 만한 상황.

어찌보면 응사는 남성중심의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게. 시대가 그렇기도 했겠지만 남성의 우월성을 드러낸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그것이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만들어 낸 일종의 가부장적인 사회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겠지만. 나정인 아무런 불평 불만 없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몸소 멀리 있는 남자의 집에까지 가서 음식을 하면서도 줄곧 행복해 보인다는 거. 계속 느끼는 거지만 응사는 여자의 본질은 희생이라는 점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합니다.

 

 

 

아무튼, 나정인 승부욕도 강하고 주관도 뚜렷하고 자기 색이 강한 여자지만 현모양처를 마다치 않습니다. 이때까진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나쁘지도 않았고요.

 

 

생일 초도 못 끄고 급하게 병원으로 돌아가게 된 상황에서도 나정인 쓰레기가 몇차례 해준 뽀뽀에 마음이 달래지고 기분 좋게 아무렇지도 않게 쓰레기를 기다리는 지고지순함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보통은 짜증이 나거나 고민에 빠지는 모습을 비출 법도 한데 나정은 한 없이 평온하고 순하고 착한 여자처럼 보입니다.. 어찌 이런 여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싶을 정도로.

 

 

 

 

 

 

그리고 다음 날이 되어서야 부리나케 들어간 집엔, 말끔하게 정돈된 집과 나정의 부재.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다소 찌질? 이건 너무한 것 같고. 그냥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연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 포만 커플. 알고 보면 이들처럼 견고하고 신뢰가는 사랑을 하는 커플도 없을 테지만. 오히려 단호박 커플은 이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 입니다.

 

 

성균은 언제나 계획적이고 그러면서 촌스러운 자기 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왕자님 캐릭입니다.

그리고 윤진은 억시고 세상에 부정적인 시각이긴 하지만 어찌보면 가장 순수하고 속정깊고 여린 여자라는 점. 그러니까 윤진이 같은 성격은 남자가 감정적으로 정이 떨어지거나 권태스럽다 하더라도 갈등하거나 망설이거나 할 일은 전혀 없어 보인다는 점. 운명처럼, 숙명처럼, 의리로 , 정으로 한 남자와 오래 오래 해로할 것 같은 진정 단호박녀.

 

 

매사 까칠하고 부정적이고 기피적인 성향이지만 막상 마음을 열면 누구보다 온정 많은 여자라는 거.

 

나정이 일로 미안한데다 엄마 병원 검진 일마저 깜박한 쓰레기. 나정이 일 외엔 모든 것이 실수투성이인 쓰레기.

 

 

하여 마이콜에게 대신 드레싱 좀 해달라고 하자 마이콜은 환자가 자신을 싫어한다며 거절하고 그러나 민정은 자기가 어머니를 모시고 오겠다고 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친한 사이라면 그래, 고마워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쓰레기는 결정적인 단호함을 보입니다.

니가 왜 거길 가느냐고 단 칼에 자르고 민정의 감정선을 차단합니다.

조금이라도 오해의 여지를 주고 싶지 않다는 쓰레기의 태도에 감동 받을 수밖에 없다는.

 

 

 

 

 

 

 

 

그리고 허둥지둥 택시를 잡고 나가려는 모습. 이 장면을 실제 보았다는 거. 

 

 

 

 

그리고 엄마와 나정이 함께 택시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는 쓰레기. 나정이는 태연하게 빼빼로를 씹고 있었고 엄마는 쓰레기에게 정신 좀 차리고 다니라고 잔소리 하기 바쁘고.

 

 

집에 간 거 아니었냐고 물으니 목욕갔다 왔지롱 하면서 엄마 뒤를 따라가는 나정.

 

생각할수록 나정이 얼마나 이쁘고 기특했을까.

 

 

 

그리고 피곤에 쩔은 쓰레기는 한 시간만 자자고 말하고 괜스레 무안하고 민망해진 나정은 버벅거리며 자기 잠 안 온다고 하고, 누가 오면 어쩔려고 그러냐고...ㅎ 음란마귀 순간 나타나 주셨는지. ㅎ

 

 

쓰레기는 나정이를 안쪽에 눕히며 꼼꼼하게 이불을 덮어주고. 자기도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을텐데 사소한 부분까지 나정일 챙기는 모습이 참 멋져 보입니다.

무언가 어색한 듯 눈을 질끈 감고. 고아라는 어쩜 이런 연기를 현실처럼 자연스럽게 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나정이 옆에서 누워 안고 자는 쓰성의 모습. 나정인 괜히 어색함을 대신하려 했던지 천진난만한 습성인지 오빠 내 생일선물 아직 안 줬는데 라고 말하고. 쓰성은 말없이 잠이 들고. 나정은 그러면서도 기분 좋아 품에 안겨 잠이 듭니다.

 

 

 

 

 

 

 

그리고 연애가 시작될 무렵의 빙그레.

 

 

밤새 한숨도 못잤던 탓인지 나정은 으슥해지도록 잠을 자고 있었고 불현듯 깨어나 쓰성의 엄마를 챙기지 못한 것에 미안하고 아쉬어 하며 깨워주지 그랬느냐며.

 

 

 

 

그리고 최고의 프로포즈 씬이 전개됩니다. 역대 본 드라마 중에서 가장 애틋하고 감동적인 프로포즈 씬이었습니다.

 

 

 

 

 

 

 

오빠가 아무리 잘한다고 노력해도 니가 서운할 수도 있다. 뭐 그런식의 회개모드로 가다가 뜸을 들이자, 나정인 일순 헤어지잔 소리가 나오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한 표정을 역력히 드러냈습니다.

 

쓰레기의 프로포즈를 받는 과정에서 나정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그 이상의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나정의 표정이 모든 것을 알 수 있던 것.

 

그리고

 

오빠한테 시집올래? 내가 억수로 잘해줄 순 없어도 지금처럼 불안하진 않을 것 같다며.

니 아직 대답 안 했다. 오빠랑 결혼하기 싫나 하자.

 

 

 

 

 

 

 

 

다시 봐도 소름끼치게 명장면이네요.

 

 

 

설명 필요 없이 이미지만으로도 감동이 전해짐.

 

 

 

 

그리고 나정이 보다 적극적으로 보였던 키스씬.

 

 

나정이를 보내자마다 또다른 강아지 등장.

감정 정리를 하기 위함인건지.

 

 

다음에 더 맛있는거 사주겠다고 하자 이제 밥 안 사 주셔도 돼요.

다음엔 술 사주세요.

라고 말하는 빙그레.

 

 

 

말없이 밥을 먹으며, 고개를 숙인 빙그레와 쓰레기.

빙그레는 이제 철이 들었고, 자아를 찾았고 쓰레기는 이런 빙그레를 보면서 내심 대견하고 기특하고 무언가 알 수 없는 울컥함이 있던 것 같습니다.

선배가 있어서 든든해요.

 

 

 

 

 

그리고 빙그레는 형이라고 말했습니다.

성장 과정을 가장 절묘하고 절도있게 잘 표현해 낸 캐릭터가 빙그레인 것 같습니다.

응사에게 가장 성공한 캐릭터 중의 하나인 듯.

 

 

그리고 시작되는 최초의 사랑. 이브처럼 손을 내미는 진희. 그리고 확인이란 말과 함께 진희에게 키스하는 빙그레.

 

나름 주머니에 손을 넣은 상태로 키스하는 빙그레에게 비로소 남자의 냄새가 났다고나 할까.

멋진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첫사랑 같던 빨간 차, 그것이 동성애적 코드겠지만, 그것이 지나가고 흰 차가 빙그레 앞에 멈춰섭니다.

 

 

 

한편, 병장을 단 해태의 자세. ㅎㅎㅎㅎ

 

 

 

 

 

 

아빠가 씨티폰에 몽땅 주식 투자 했다며 시티폰 얘기를 하자 역시 천재 쓰레기.

누가 공중전화 앞에서 그걸로 전화를 걸겠느냐며 허를 찌르고. ㅎㅎㅎ

 

 

 

 

성균의 군대 소식을 접하자마자 방에서 나오지 않는 성균이.

 

대략 17회는 그러하였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애틋함과 불안함이 작용하며 쓰레기는 나정이에게 청혼하였고, 성균이는 안달을 내고 윤진이는 좀처럼 성균의 세계에 들어가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빙그레는 사랑을 시작함에 있어서의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하였고.

전체적으로 모든 것이 적재적소에 들어맞는 느낌의 17회였습니다. 때문에 18회에 대한 기대감이 컸고 이렇게 평온하고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다음 회차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막연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쩌면 17회를 끝으로 드라마가 막을 내렸어도 좋았을 뻔했겠습니다.

여기서 이전에 벌려 놓았던 것을 수습하고자 노력했던 것이 무리가 있던 듯. 아무튼, 악몽 같은 다음 회차를 무겁게 써내려 가긴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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