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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col media/미디어 리뷰 모음

응답하라 1994 운명을 믿으시나요(19회) 편 리뷰

by roo9 2021. 12. 11.

 

 

  전날의 방송사고 보다 더한 스토리 사고가 있던 19회. 그동안 다소 진부하고 지루하거나 조금 서툰 부분들이 있어도 실망스러울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다시 봐도 역시나였습니다. 그동안 애착이 남달랐기에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수습을 하기도 하지만 뭐랄까 역시 한계 인건가 하는 실망스러움을 금치 못했던....하여간 그래서 몹시 속상하고 아쉬웠던 회차였습니다. 그러면서 눈물은 또 가장 많이 흘린 편이기도 하고.

 

 

 

 

 응사란 드라마는 개인적으로 최고치의 감정 이입을 한 작품이었습니다. 그중 나정이가 되어서 그 삶속에 오롯이 흡수되어 시간을 되돌려 산 기분으로 취하여 산 것 같은데 19회가 비로소 현실에 눈을 뜨게 해준 정말이지 망치로 한 대 맞은 기분이 들 정도로 배신감은 극해 달했다는 점.

 

 내가 좋아하던 나정이 캐릭터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공식 홈페이지엘 들어가도 그렇고 다들 멘붕이 온 듯. 물론 그렇지않은 이들도 있긴 했지만.

 

아무리  리뷰어들이 수습하고자, 해석하고자, 전환하고자 수많은 글들을 쏟아 내어도 순간에 가진 그 배신감은 어찌 주워담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이기에 이성보단 직관에 의존하며 그냥 보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 반응하는 게 정상아니겠는가. 나중에 이해가 되었다는 건, 아니 이해하고자 했다는 건 잘 만든 작품이라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응사는 이제 웰메이드란 감투를 벗어야 할 것 같네요.

 

물론 이번 주 마지막 회차 분 등에서 기가 막힌 반전이라든가 멋지게 포장을 하여 개연성 있게 , 감탄도 하고 감동도 주려 하겠지만, 엎질러진 물 같다고나 할까. 이렇게 실망한 가운데 내가 그동안 오해를 했었구나 미안하다. 다시 감동 시작이다, 이럴 순 없을 것 같다.

 

단단했던 단호박 커플 이미지 나레기 커플은 오히려 포만 커플에 밀린 느낌이고, 주변 인물들의, 빙그레 커플보다, 해태 커플 보다도 못하게 추잡하고 통속적이고 그렇게 평범함도 못 미치는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입니다.

 

신원호 피디는 현실 연애를 다루고 싶었다고 하던데.... 뭐가 현실 연애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그래 어찌보면 실제의 삶이 더 불륜도 많고 유치하고 복잡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난잡함을 이루기도 하지만 반면 그런 흔한 사랑보다 특별하고 애틋한 견고한 사랑도 못지 않게 많습니다.

 

굳이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아도 드라마는 충분히 재밌을 것이고, 현실에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거. 그리고 인간의 삶이 그렇게 지향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개인적으로 응사를 좋아한 가장 큰 이유는 깨끗하고 건전함때문입니다. 기존의 드라마 스토리와는 다소 남다른 부분이 있어서였습니다. 예능 프로 피디, 작가 답게 재치가 있고 가볍고 무심하며 건조한 듯하지만 따뜻한 가족애가 있고 정이 있고 돈독한 사랑이 있고 그런 기분 좋은 명랑만화 같은 스토리가 좋았습니다. 울어도 가볍게 한마디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정도로 개운하게 여겨지고,

불행도 사고도 성숙의 과정이나 혼란 등 모든 것이 무심한 듯 깊이 고찰한 흔적이 보여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단답형으로 딱 떨어지는 것보다 여지를 남기며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게 하며 관점의 폭을 넓게 만든 기지도 좋았습니다. 그러니까 스토리는 심플하게 해석은 다양하게. 뭐 낚시질도 하고 추리도 하게 하면서 교묘하게 시청자를 자극하는 수준이 한계를 넘어 진부하게 여겨지기도 했지만, 뭐랄까 연애 코드만은 다소 일관성 있길 바란 것입니다. 결론은 쓰레기지만 과정은 더럽고 유치한, 뭐 이런 걸 원한 게 아니었다는.

 

아마도 응사에 빠져 보는 이들은 대다수 나의 생각에 공감했을지도.

물론 처음부터 제대로 보지 않거나 드문드문 시청하면서 혹은 한 배우에게만 깊이 빠져서 나무만 보는 스타일의 시청자들은 그런 스토리를 좋아할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응사를 좋아하는 팬들을 위해서 그러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누구도 유연석을, 고아라를, 물론 정우는 말할 것도 없고,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를 미워하진 않을 겁니다. 이처럼 골고루 사랑 받으며 흥한 드라마도 흔치 않을 정도로 배우들은 특별했습니다. 그러나 드라마 속 캐릭터는 시간이 갈수록 편중되어 갔습니다.

제작진이 정말 쓰레기를 아껴서 그토록 빛이 나게 만들어 주는 건지 아니면 칠봉이를 더 아껴서 그렇게 예상치 못한 오류를 범하는 건지

나정이를 심하게 사랑해서 그토록 어장관리녀로 추락하게 만든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그래 이성이 감성보다 우위에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고 나면 다소 이해도 갑니다. 그럴 수 있을 것도 같긴 합니다.

 

 이제 드라마 이야기로 넘어가서, 2000년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스스로 다림질도 잘하고 친구 옷도 다려주려고 하는 배려 깊은 청년이 된 삼천포. 이제 졸업을 하고 대기업에 입사하여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고 힘든 복사와 팩스 보내기로 적응기를 거치고 있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헤어진 지 2년 가까이 되었다고 봐야 하나. 나정인 여전히 거칠고 전보다 더 사나워 보입니다.

 

 

 

좋아하는 게찜을 유난히도 헛헛하게 먹어대는 나정이. 나정이 표현은 안하지만 내심 울화가 많이 쌓인듯. 여자들은 극도로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을 한다던데. 나정이 실연의 상처로 폭식을 한 것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그냥 누구에게도 잘 보이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냥 쓰레기처럼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니 조금 막돼먹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앉아 있는 자세도 쓰레기를 사랑하기 이전의 그 무지막지하게 이상민을 좋아했던 때로 퇴행이라도 한 듯.....

 

 

 

 

 

 

 칠봉은 다음 날인지 어쩐지 하숙집을 방문하고.

 

 

 

 

 일화는 칠봉을 위해서 밥을 수북히 담아 줍니다. 일화의 이런 행동은 워낙 왕손인 탓도 있지만 칠봉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일화는 하숙생들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습니다. 성균이 뽈락을 좋아하고 쓰레기가 시래기국을 좋아하고 등,.. 그렇기에 칠봉의 정량을 안다면 이리 밥을 많이 줄 수 있을까요. 그냥 귀하고 반가운 손님 대접하듯 후한 마음을 그대로 담은 모습입니다. 특히나 일화가 특별한 날이면 유난히 통큰 솜씨를 발휘할 때처럼. 물론 사위라고 생각하면 백년 손님 이미지로 그러한 차원으로 볼 수도 있겠고.

 

 

 

그리고 무방비 상태의 나정의 볼에 묻은 게살을 떼어줍니다. 쓰레기가 코 흘리고 묻힌 휴지를 떼어주며 염려를 해주었던 나정의 모습이 교차됩니다. 그러나 그때의 쓰레기의 감정과 나정의 감정은 사뭇 달랐을 것입니다. 이때만해도 그리 알고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감정의 바보가 된 것처럼 보이는 나정이.

 

 

가만보면 칠봉이의 감정은 공개석상이 많습니다. 따라서 칠봉인 정말 스타 같습니다. 스타가 나정일 좋아해주면 기분이 어떨까요.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은 칠봉이를 대하는 기분을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운전 면허를 같이 따러 가게 된 나정과 칠봉이. 나정은 필기 시험에 만점을 받습니다. 나정은 칠봉에게 그냥 대충 보면 된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을 했었습니다. 나정이에겐 정말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매사 지나치게 맹목적으로 보이고 눈빛에 열정은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이건 도피다 도피. 누가 봐도 도피 혹은 회피. 일종의 정신적 공황 상태와 다름 없어 보입니다.

취하도록 술을 마시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아무리 마셔도 술이 취하지 않는 것 일지도....

 

 칠봉이는 44점을 맞고 필기 시험에서 떨어지고 친구들은 술자리에서 하나씩 사라지고 둘만 남습니다. 2박 3일 일정의 전주 운전 면허 시험장을 가기 위해 실기 시험을 봐야하는 나정은 그만 자야겠다고 자리를 뜹니다. 그리고 칠봉은 동준이 방에서 자고 가도 되냐며 허락을 받습니다.

나정인 이때까지도 칠봉에게 아무런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철벽수비로 보일 정도로 단호박 이미지였습니다.

 

 

 

 다소 흐뜨러져 보이는 나정과는 사뭇 다르게 쓰레기의 주변은 제법 정리가 잘 된 모습입니다. 담배도 피우지 않는 것 같고 음식 부스러기도 보이지 않고 화장품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피곤하면 바로 누워 자는 모습도 보이지 않은 채 잔뜩 웅크리고 벽을 향해 잠이 듭니다.

이 모습은 쓰레기 팬들을 무척이나 애잔하게 만들었습니다. 뒷모습 만으로도 이리 슬플수가 있는지.

뭐랄까 쓰레기는 온몸으로 이별의 고통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반면 나정은 무심함으로 일종의 현실 도피로 건성건성한 모습으로 보였는지도.

 

어찌보면 제작진은 기존의 쓰레기 캐릭터를 나정에게 옮기고 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짝사랑을 하면서 쓰레기만 바라보던 나정을 칠봉이로 전환시키고....

그랬을 때에 어떤 느낌으로 전달되는지. 그럼에도 선택의 순간 쓰레기가 나정에게 대답을 해주었듯이 나정도 그와 같은 위치에서 그렇게 대답을 해주는 상황에 대한 개연성을 맞추려 한건지는 알 수가 없지만...

 

 

 빙그레는 틈틈이 쓰레기의 안부가 궁금했을 것입니다.

 

 

 

딸의 실연은 엄마도 같이 앓는다고 봅니다. 그래서 현재 일화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의미심장한 복선을 암시하듯 일화는 빨간 실로 가족 장갑을 뜹니다.

 

 윤진 성균 커플의 사랑이 더욱 위대하고 견고해 보였을 정도로, 나레기 커플의 구질구질한 사랑 놀음이 후져 보였을 정도로 윤진 성균 커플의 사랑은 그럴듯하고 개연성있으며 공감이 잘 되었다는 점.

 

 

 

번번이 면허 시험에 떨어지는 칠봉이를 바보냐고 구박하는 나정이. 나같으면 오만 정이 떨어질 것 같네요. 똥멍충이하면서.

 

 

 

 

 

 

 

 

 

 

 

최종 면허를 따는 날에도 칠봉은 필기에 떨어지고, 하숙생 친구들과 다 같이 영화를 보러 가기로 하는데 칠봉이 칼국수를 먹으러 가자고 말하지만 나정인 늦었으니 빵으로 때우자고 말하고.

 

 나정은 허겁지겁 빵을 먹고.

빙그레 커플은 박하사탕 대신 거짓말을 보기로 했다고 하고.

 

 

 나정의 고백 이후에도 공교롭게도 쓰레기와 나정만 남아 영화를 보게 된 장면이 있었습니다.

팝콘을 내미는 칠봉과 그에 손가락까지 쪽쪽 빨며 게걸스럽게 팝콘을 해치우는 나정.

입이 짧다고 쓰레기가 누누히 말했던 나정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나정은 줄곧 길고도 오랫동안 폭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마치 텔레비전 위의 코끼리 석상이 과도한 흡입이라도 상징하듯.

 칠봉의 지인인 듯 싶은 사람에게도 거리낌없이 미소 지으며 인사를 하는데. 쓰레기의 친구들 앞에선 그리 부끄러워하던 나정이였습니다.

나 다시 돌아갈래, 를 외치던 장면이 복선처럼 보이는 이유.

 

 

 끝날 때까지 감동으로 자리를 뜨질 못합니다. 나정은 칠봉이를 전혀 이성적으로 느끼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소 비열한 인상의 스포츠 신문 기자. 칠봉은 기사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좋아하는 여자는 맞지만 아직 사귀는 건 아니라고 하고, 사귀게 되면 기자에게 제일 먼저 알려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기자의 마지막 웃음은 무엇을 의미한 걸까요. 

 

 그나저나 칠봉인 왜 이렇게 음식을 맛 없게 먹는지 모르겠다는 ..ㅎㅎㅎ 

 

동일은 쓰레기 아빠이자 친구가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겸사겸사 찾아가고 둘은 자식들의 안부를 묻습니다. 동일은 쓰레기의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황급히 뛰어 온 쓰레기는 동일을 보자 송구스러움에 몸 둘 바를 몰라 합니다. 이때부터 줄곧 폭풍 눈물이 나오기도 했는데 동일의 연기가 퍼팩트 했다기보다, 쓰레기의 하염없이 우는 장면이 애잔해서 였다기보다, 그냥 알 수 없는 이들의 이별이,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사랑했는지를 전부다 아는 상황에서 이별한 상황을 보고 있는 것이 서럽도록 슬프고 안타까웠다고나 할까요. 각별한 연인들이 헤어지면 그 부모까지 실연의 상처를 겪는 법이니까요.

 

여러 리뷰들을 보다가 문득 내 경험을 상기시켜 보니까 나정이의 무심한 태도가 아니 무기력하면서도 지극히 일상적인

그녀의 모습이 쓰레기가 아니면 절대 풀릴 것 같지 않은.... 결빙된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아버지

-앉거라.밥은 먹었냐.

-네, 아버지. 아버지 죄송합니다. 인사도 몬드리고.

-뭣이 죄송하데....염병할 새끼 낯바닥 하고는....

뭣이 자꾸 죄송하데 죄송하긴. 니 탓도 아니고 남 탓도 아니여. 나는 괜찮으니께 너그 엄마 일화한테 전화나 넣어줘라.

-죄송합니다.

 

 

 

-네 뭐 늘 똑같습니다.

-뭐더러 신경외과는 지원해서 생고생을 하냐.

-일은 힘들어도 보람은 있습니다.

-아들아.

내가 왜 처음에 반대했는 줄 아냐. 넌 나한테 아들이다.

그 놈 죽고나서 니가 대신 아들 노릇한다고 미친 쓰레기짓을 다하는 그 꼴을 보면서 나아지더라. 고맙기도 하고.

 

.....

 

서운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이렇게 또 아들 하나를 잃는 구나. 이제 스물 이짝 저짝인데 불안한 마음에 ;;;;

니놈이 나한테 어떤 놈인데 어떤 놈인데 나를 평생 안 보고 살 자신 있겠냐. 나는 괜찮으니께 전화는 한번씩 넣어줘라. 그래도 오랜만에 아들 놈한테 내 하고 싶은 얘기 다한께 기분이 좋구마.

 

 

 

 

 

 

 

 

 

 

 

 

춥다 들어가라. 이거라도 껴라.

괘안습니다.

끼라고 염병, 껴 언넝.

 

 

 

 

 

 

 동일이 간 뒤에도 얼마간 쓰레기는 오열합니다.

참으로 슬프고 오래 기억될 장면이긴 했지만 둘의 상황을 보면서도 이해가 안가기도 했습니다. 쓰레기는 뭐가 그리 죄송한 걸까. 나정이는 하나도 잘못한 게 없는 걸까요.누가 봐도 쓰레기가 잘못한 상황 같지는 않은데,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헤어지게 된 것에 대한 죄송함 때문에라니.

동일은 왜 그토록 딸의 남자를 아들로 규정지으며 부자간의 관계에만 정점을 찍으려 하는 걸까요.

둘이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매개체 역할을 할 수는 없던 걸까요. 무언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쓰레기가 커다란 실수를 하기라도 한 걸까.

 

 

나정인 18회에서 무뎌지고 그게 익숙해져서 헤어지지 않은 상태로 헤어졌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그렇다면 둘의 관계에선 어떤 오해도 없었고 싸움도 없던 것인데 쓰레기는 왜 자꾸 죄송하다고만 했는지.

훈이가 죽은 이유가 동일이 훈이 대신 쓰레기라도 구한 사연이 있던 걸까요. 그런 인연 때문에 쓰레기가 그토록 동일 가족을 챙기고 신경쓰면서 발을 떼지 못하고 있던 거고 나정이 좋아한다는 말에 금기를 깨듯 무너져서 벅찬 사랑을 했던 걸까요. 그러니까 쓰레기는 사랑보단 책임이 앞섰고 사랑의 감정을 불안한 감정과 같게 본 걸까요.

일화가 네 식구를 위해 떠준 장갑을 동일은 쓰레기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아들아 아들아 하면서 다시 아들의 자리에 있기를 원하는 양 그래 보였습니다. 이로써 쓰레기와 나정이 예전처럼 오누이로 돌아가는 걸까요.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왔고 그러기엔 너무 잔인해 보입니다.

 

 

검은 강아지는 멀리 떨어져 있고 갈색 강아지와 코를 든 하얀 코끼리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진열되어 있습니다. 하얀 코끼리는 길상이며 임신을 상징하기도 한다던데, 나정이 마치 임신하듯 폭식하는 것을 대변한 장치인걸까요?

 

그리고 어느 순간 갈색 강아지는 점점 멀리 떨어져 있는 검정 강아지 쪽으로 다소 방향을 틀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코를 치켜든 코끼리는 칠봉이라도 된다는 건가. 이젠 이런 쓸데없는 장치도 짜증나기 시작하고...ㅎㅎㅎㅎ

 

 

누군가의 리뷰에서도 보았던 것 같은데, 나정인 집에 돌아온 이후 한 번도 자신의 방을 보인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정은 항상 거실이나 2층에 있으며 제 방이 아닌 다른 곳을 겉돌고 있는 모습입니다. 마치 혼자있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사람처럼......

 

그리고 무모한 행동까지 저지르려고 하는....

 

 

 

 

착한 칠봉인 나정의 위험한 심리에 말려들고, 정말이지 백치처럼 오직 나정이 밖에는 보이지 않는 듯하고... 하여 칠봉의 사랑이 어쩌면 더 순수하고 감동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어느 순간부터 칠봉의 사랑은 지나치고 맹목적이고 일종의 결핍에서 온 응석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칠봉에게 있어서 나정은 엄마가 아닐런지. 나정은 쓰레기를 위해 그토록 챙겨주고 잔소리를 하였지만 나정이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든적은 없습니다. 나정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 희생할 줄은 알되 엄마처럼은 아니었습니다. 쓰레기는 나정을 자신이 지켜주고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여자로 대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나정의 주변 사람들을 위할 줄 알았고 신경쓰며 어른스럽게 챙기고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칠봉은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오직 나정이 하나만을 바라봅니다. 칠봉의 시선에 주변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칠봉의 시야에 나정의 가족이, 함께한 친구들이 들어온 적은 없습니다. 물론 주변인들에게도 참 잘하는 착한 남자이지만 칠봉은 다른 사람들에게 애틋하지 못했고요.

 

 

그리고 칠봉과는 왠지 위험한 일이 도사리고 있는 듯합니다. 겨우 운전해서 멈췄더니 동일의 사고 소식이 들렸습니다. 그리고 칠봉은 그제야 망설이는 듯하다 사실을 털어 놓습니다.

 

 

 

 

 

회식 자리에 나와 달라고 애타게 조른 삼천포의 소원을 들어주며 예쁘게 신경쓰고 나온 윤진.

윤진이도 어느새 사람들과의 타협과 관계의 중요성을 알아가며 성숙해 지고 있는 것입니다. 윤진이는 점점 더 유연해지고 있었습니다. 사랑이 더욱 깊어졌다고 볼 수도 있고....

 

 

베스트 드라이버이다 못해 광란의 질주를 하는 칠봉이. 이에 대한 섬뜩한 배신감이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좀처럼 타인에겐 화를 내는 법이 없는 나정은 칠봉에게 발끈합니다. 그러나 알고 싶진 않지만 막연하게 왜 그랬는지는 알 것 같기도.

 

 

 

 

 

 

동일의 수술이 끝난 후 그제야 긴장이 풀린 나정. 잔뜩 긴장하고 가뜩이나 오랜 시간 운전을 하는 등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 칠봉이 곁에서 위로하며 지켜 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처럼 절절하고 그림이 아름답진 않았지만 친근하고 따뜻하고 정말이지 흐뭇한 감동을 주었던 포만 커플.

-윤진아 내 니 억수로 좋아하는 거 아나. 니한테 멋지게 프로포즈하고 싶은데 나는 계획이 필요하다. 뭐 우짜겠노 이렇게 생겨 먹은 걸. 통장 만기 다 되면 그때 니한테 프로포즈할께. 그때까지 참아도 알겠쟤.

 

 

그리고 조금 진정이 된 나정은 인자 말해봐라. 그러더니 지갑 도봐. 얼른.

 

-니 왜이리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데

-며칠 뒤면 미국가야 하고 시간은 없는데 이번에 놓치면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거든. 너 혹시 기억나. 몇 년 뒤에 .....

밑도 끝도 없고 상황 파악도 못하고 오직 사랑에만 목을 맨 남자 칠봉이.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명제를 달 때 칠봉은 참으로 타이밍을 못 맞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답답한 건 그럼에도 나정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거.

예전에 나정인 부담스럽지. 근데 니가 싫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나정이 어장관리를 할 여우과는 아님이 분명합니다.

 

 

 

 

장시간 운전하느라 극도록 긴장했던 나정이 뒤를 이어 아빠의 급작스러운 수술 뒤에 혼이 반쯤 나갔을 나정. 그리고 한숨 돌리고 나서 칠봉에게 왜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는지 묻고, 그리하여 칠봉인 또다시 나정에게 고백을 한 상황입니다.

 

 

감자탕을 먹으며 빙그레에게 스토커처럼 매달릴거야 뭐야.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라고 했던 그입니다. 나정이 쓰레기와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칠봉은 나정이 아파했을 마음의 상처를 돌보기보다 자신의 시간 없음을 탓하며 서둘러 나정의 마음을 돌리기에만 급급한 모습입니다.

 

 

커피 마실래 라고 물었고 그때 엄마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전화 통화를 하며 나정은 칠봉에게 커피라고 말합니다. 그 모습이 왜그리 얄미웠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칠봉의 어린애같이 응석부리는 느낌의 사랑 타령이 나정에겐 그저 난감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겼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칠봉이 오랜 시간 나정을 짝사랑하며 그토록 절절하게 거듭 나정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하는데 나정인 그저 통화 중에 커피라는 한마디 뿐입니다.

 

 

 

엄마랑 통화하면서 나정은 삼풍 백화점의 일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무언가 긴박하고 급박한 절대절명의 위기 속에서 두 번이나 칠봉과 함께 하였습니다. 한 번은 칠봉을 죽일 뻔했고 두 번째는 칠봉이 덕분에 위기를 넘긴 셈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나정에게 칠봉은 천사가 아닐런지.

 

 

 

 

 

나정은 칠봉을 어떤 기분으로 바라본 걸까요. 제작진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둘이 풀어낼 무언가를 생략하였더 하더라도 유쾌하지는 않은 씬이었습니다. 왜냐면 뭐랄까 분위기가 나정이 칠봉에게 관심을 갖는 모습으로 비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괜히 불쾌했던 겁니다. 뭐지? 하는 기분.

 

나정은 이렇게 말합니다.

가끔은 정말 신이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설령 신이 없다고 해도 운명 정도는 있어야 지금 이 상황이 설명된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절묘한 우연과 기막힌 타이밍과 정교한 반전. 어쩜 지금 내 운명은 내게 장난을 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정적으로 기분이 나빴던 건 바로 이 나레이션 때문입니다. 편집에 문제가 있던 걸까요. 이게 어째서 절묘한 우연과 기막힌 타이밍 그리고 정교한 반전으로 설명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 우연히 만나게 될 그 상황을 미리 얘기한 걸까요.

 

 

반면 쓰레기의 모습은 대조적으로 안쓰럽고 가엾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어 보입니다. 늘 수술에 시달리고 마이콜은 상황을 전해줍니다.

 

 

 

 

늦었다. 늦어도 한참 늦었으니까 디비 자라.

 

쓰레기는 말합니다.

운명은 지랄맞다. 운명은 지독하다. 그리고 운명은 힘이 세다. 운명은 우릴 딜레마에 빠뜨리기도 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궁지로 쳐넣기도 하며 끝끝내 우리의 간절한 기도 따위 가볍게 무시해 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운명은 지랄 맞다. 그렇게 운명은 지독하고 힘이 세다.

 

 

 

 

 

내일 아침에 또 올게. 미국 가려면 아직 며칠 남았으니까 더 힘을 내야지. 라고 칠봉이 말합니다.

그 사이 나정과의 얘기가 오갔을 수도 있겠습니다. 나정이 있지 나는 하면서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고 할 수도 있고, 칠봉인 그래도 괜찮다며 나에게 기회를 달라고 했을 수도.

나정인 칠봉이 싫지가 않지만 그렇다고 칠봉을 남자로 느끼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운명이 이렇게 정해진 거라면 어쩔 수 없이 수긍해야 하지 않겠나.

쓰레기와의 재회를 결코 염두해 두지 않은 상황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현실적으로 나정이 연인과 헤어진 상태에서 오매불방 자신만 좋아하는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가 다가와 준다면 누군들 마다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린 알고 있습니다. 나정이 현재 씬에서 쓰레기와 칠봉과 하숙생들과 여전히 돈독해 보인다는 것을. 우리가 이해가 안 가는 점은 나정의 미래를 알기 때문입니다. 나정의 남편이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무리 그럴듯한 화해를 한다 하여도 나정이 칠봉에게 새롭게 관심을 두는 구도는 어쩐지 너무나 바람직해 보이지 않아서 께름칙하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더러는 칠봉의 한결 같고 지고지순한 사랑에 보답을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동일이 쓰레기에게 아들이라며 가족에 무게를 두듯, 쓰레기는 그렇게 모든 것을 관대하게 이해하는 오빠로 남아 있어야 되지 않느냐고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쓰레기와 나정은 너무나 각별하고, 둘의 사랑은 너무나 절절하게 와 닿았기에 다시 만나서 살고 사랑하는 그림이 아닌 이상은 두고 볼 자신이 없는 겁니다.

 

나정이 그런 쓰레기를 잊고 아이 같이 좋다고만 하는 칠봉이와 알콩달콩 연애가 가능할까요? 나정의 성품은 엄마 닮아서 희생이 몸에 밴 여자입니다. 주변 사람 모두에게 관심을 가지고 배려를 하며 돌봐주고 최선을 다하는 천상 여자인데. 나정인 유독 칠봉에겐 수동적이고 시키는 모습만 보였습니다. 단 한번도 칠봉의 방을 연 적도 없었고. 이성적으로 설레여 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습니다.

 

 

교묘한 편집 덕분에 시청자를 분노케 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힘들어 하는 쓰레기 모습과는 대조되게 나정은 다른 남자와 나란히 걸으며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은가요. 이건 분명 트릭일 확률이 높기도 하지만 굳이 왜 이렇게 만들어야 했을까요. 왜 굳이 불쾌한 감정을 선사하면서까지 낚시질을 해대는 걸까요. 괘씸하기 그지 없어 보입니다.

 

 

 

 

 

정황상 나정이 칠봉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대도 나정은 기분이 나빠보이지 않습니다. 나정이 한결 여유를 찾은 느낌에 그것은 극적 긴장감을 더 높이기 위함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욕이 나올 정도로 화가 난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칠봉을 위해서도, 칠봉에게 여지를 주는 그런 행동은 하면 안되는 거 아닌가요. 나정에게도 칠봉에게도 결코 플러스 된 장면은 아니었으며 결정적으로 이 드라마가 아주 진부하고 후지다는 생각을 들게 하였던 것.

 

그리고 몹시 쓸쓸하고 피폐한 그래서 더 동정이 가고 쓰레기 팬이라면 오열할 수밖에 없던 장면.ㅎㅎ

칠봉은 말합니다.

이렇게 운명은 잔인하다.

 

 

 

 

 

 

 

 

 

나정은 말합니다.

운명이 지독하고 힘이 센 이유. 지독한 타이밍이다. 이렇게 운명은 잔인하다. 운명은 벼랑 끝으로 나를 내몰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결국 내게 공을 넘겨 버린다. 운명은 결국 선택하는 것이다. 이제 내가 선택해야만 한다.

 

나정의 나레이션도 불쾌함의 절정이었습니다. 이제 내가 선택해야만 한다니. 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헤어지지 않은 채 헤어진 사이가 6년 동안 짝사랑한 칠봉이 다시 고백하며 연애하자는 말에 흔들리더니 우연하게 맞딱뜨린 쓰레기를 보며 자신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해야 하는 건가요.

 

사실은 그게 아니라, 오해가 있었든 감춘 다른 에피가 있었든간에 19회는 배신감에 치가 떨릴 정도였습니다. 나정을 순식간에 밀당녀로 만들어 놓은 제작진에게 분노를 안 할 수가 없던 것.

나레이션이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만 가득 했을 뿐.

그리고 예고편은 더욱 더 화나게 만들었는데.

 

그러니까 정황이 쓰레기가 만나자고 하고 나름 깨끗하게 관계를 정리한 것 같고. 공은 돌려 받은 것 일수도 있고. 마지막에 나정이 울면서 택시에 탄 것은 쓰레기와 정리한 후 폭발적으로 눈물을 흘린 것 같고 무슨 일 때문에 병원에 입원한 칠봉을 간호하면서 칠봉의 부탁을 들어주듯 연애 놀이를 하는 것 같은데. 여기 저기 떠도는 스포성 글들을 보더라도 칠봉이 오작교 역할을 한다는 건데,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고. 어찌되었든 나정과 쓰레기가 다시 만나게 된다 하여도 유쾌할 것 같지가 않은 기분입니다. 또한, 칠봉과 만나 결혼까지 간다 하여도 그런 꺼림칙한 상황을 시청자들이 좋아할 리가 만무고요.

왜, 그 멋진 드라마를 이딴 삼류 애정 행각 모드로 변질 시켜서 분위기를 깨게 만드는지. 다소 이성적으로 가볍게 재밌게 그리고 건전하다며 좋아하던 많은 사람들이 그러면 그렇지, 한국 드라마가 그러면 그렇지 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그럼에도 기가 차고 똥이 차도 마지막 회를 보게 되겠지만 내심 흐뭇한 기분 보다는 어디 어떻게 전개시키나 보자며 으르렁 거리며 볼 태세라는 거. 암튼, 충격이 너무 심해 끊었던 응갤을 다시 들어갔을 정도인데. 덕분에 응갤이나 공식 홈페이지 등에 들어가며 공감하고 읽고 푸는 재미도 한몫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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