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놀트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백낙청.염무응 옮김, 창비, 개정판2016.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프로이드는 문명의 거북함이란 표현을 썼다. 프로이드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이 불안한 균형의 느낌이 인간의 본능의 억압기제 때문에 생겨났다고 보았다. 토마스 만은 프로이드가 무의식. 감정. 충동. 꿈 등 그의 연구대상의 성격으로 말미암아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비합리주의에 깊이 연루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단지 인간의 내면세계의 어두운 면에 최대의 관심을 집중한 신낭만주의 운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것만이 아니고, 문명과 이성 이전의 어떤 경지를 되찾으려는 낭만주의적 사고 전체의 시원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334.
우리가 19세기라 일컫는 시대가 실은 1830년경에야 시작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20세기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그러니까 1920년대에 비로소 시작된다.
좀바르트(독일 경제학자, 역사가)는 본격적인 자본주의의 수명을 150년 이내로 잡고 1차 대전 발발과 더불어 끝나는 것으로 보았다. 그는 1895년에서 1914년 사이의 카르텔과 트러스트 제도가 이미 자본주의 체제의 노화현상을 나타내며 다가올 위기를 예고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1914년 이전에 자본주의의 붕괴를 말하는 이는 사회주의자들 뿐이었다. 344.
1930년대의 역사는 사회비판의 시대, 사실주의와 행동주의 시대의 역사다. 모든 정치적 입장이 극단화한 시대며, 오직 극단적인 해결만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다시 말해서 모든 온건주의자들의 역할은 끝났다는 신념이 널리 퍼진 시대다. ....
지식인들은 대부분 권위주의적 정치형태에 동조해 질서와 규율과 독재를 요구하며 새로운 교회, 새로운 스꼴라적 교리, 새로운 비잔티움적 사회조직에 대한 정열로 충만해진다. 니체와 베르그송의 생기론에 오도된 무기력한 문인드에게 파시즘이 지닌 매력은, 그것이 절대적으로 불변부동한 가치를 확보한 것 같은 환상을 심어주고 합리주의와 개인주의에 항상 따르는 책임을 없애주었다는 데 있다.
이렇게 위태로운 처지에서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의 대변인들은 파시즘과 볼셰비즘의 공통점을 강조하며 그 둘을 맞세워 깎아내리기를 일삼게 된다.
대중민주주의 시대인 오늘날, 사람들은 모두 주장과 요구를 점점 더 큰 집단의 이름으로 내세우려 한다. 그리하여 히틀러는 국민의 절대다수를 귀족화한다는 묘수를 창안하기에 이른다. 이 새로운 민주적 귀족화 과정은 서양과 동양을 대조함으로써, 즉 러시아와 아시아에 대한 대조를 강조함으로써 시작한다. 서양과 동양은 각기 질서와 무정부 상태, 안정과 파탄, 규율 있는 합리주의와 무절제한 신비주의를 대표한다는 것이다.348.
예술을 창조하는 사람들과 예술에 진정한 관심이 없는 사람들 사이의 중재자로서 예술전통의 보존에 줄곧 기여해온 동질적이고 고정적인 관중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예술 감상의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사라졌다. 378.
영화는 유럽 근대문명이 개인주의의 길에 오른 이래 불특정한 집단적 군중으로서의 관중을 위해 예술을 생산하려 한 최초의 기획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19세기 초엽에 노변극장 및 연재소설의 탄생과 관련해 연극 관중과 독서대중의 구조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 예술 민주화의 참된 시초였다. 379. 그것이 영화의 대규모 관람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 것이다. 궁정의 소규모 극장에서 중산층의 국립. 시립극장을 거쳐 극장 체인으로서의 변천, 또는 오페라에서 오페레타를 거쳐 레뷰에 이르는 변천은 늘어나는 투자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점점 더 넓은 층의 소비자를 붙잡으려 한 사태 전개의 몇 단계를 보여준다. 379.
대규모 영화의 경우에는 전세계 관객들이 그 재원 충당에 이바지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사실 때문에 예술제작에서 대중의 영향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379.
예술의 품질과 대중적 인기는 항상 어떤 긴장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렇다고 넓은 계층의 대중들이 질적으로 우수한 예술을 언제 어디서든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열등한 예술을 의식적으로 택했다는 말은 아니다. 380.
소시민의 마음이 바로 군중들이 모이는 심리적 중심점이라는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영화산업은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다. 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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