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umanities(인문학)

[책맛보기]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by roo9 2020. 5. 22.

 

 

미셸 슈나이더,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이창실 옮김, 동문사,2002

 

파도처럼 우리에게 밀려드는 파동이라고 일컬어지는 목소리, 공간을 가로질러 오면서도 마치 다른 시간으로부터 오는 듯한 목소리가 중요한 것이다. 37.

 

1964년 사망할 때까지 캐나나 출신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에 있어 음악은 일종의 ‘아래’에 대한 사랑이었다. 음향은 아래로부터, 피아노에서 오는 것이지, 몸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 손가락은 단지 이 음향을 해방시키기 위해 있다는 생각, 아무리 낮게 내려가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음악의 중력의 중심은 크리스털 샹들리에보다는 무대 위의 먼지와 더 가까운 곳에 있다는 듯이…. 굴드에게 음악은 또 다른 침묵의 상태였고, 빛은 암흑이 주는 교훈이었다.

 

음악에 있어서 기술적인 문제는 명백히 윤리적인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다음의 질문들을 제기하면서 확신하게 된다. 작곡가의 지시 사항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음을 첨가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걸까. 음반 녹음을 위해 여러 차례의 녹음에서 발췌된 부분들을 짜맞추어 창조적 위조 행위를 해도 되는 것일까. 이 모든 질문에 굴드는 그럴 수 있다고 단언했다.

 

더 잘 연주하기 위해 거리를 두는 것, 이것이 굴드의 미학이다.99.

 

불가사의한 소재에 대한 명료한 지식, 이것이 굴드의 연주의 초점이다. 듣기보다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 자신의 몸의 지체들을 분리시키고, 자신을 몸으로부터 분리시키기. 음악가의 시도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시도이다. 101.

 

굴드는 음악을 두려움의 원천, 과학 중에 가장 덜 과학적인 것, 실체 중에 가장 실체를 지니지 않은 것이라고 묘사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우리에게 말해 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과학적이지도 못하고 실체를 지니지도 못한, 우리가 음악이라 부르는 이것이 왜 우리를 감동시키고 그처럼 깊은 영향을 미쳤는지를….115.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