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어려보이거나, 기분 전환용으로 시도하게 되는 뱅헤어의 원조는 누구였을까? 찾아보니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가 가장 먼저 사용했다고 한다. 뱅헤어에 모자나 장식 같은 것을 덧댄 것 같고. 아무튼 그녀의 뱅헤어 스타일은 그리스와 로마 전역으로 유행되었다.
그러다가 16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시대에는 무슨 콘헤드 외계인이 다녀갔던 것인지 크고 길쭉한 이마가 유행하면서 뱅헤어는 사라졌다. 대신 동유럽과 서유럽 남성들 사이에서는 좀 바보처럼 보이는 마이크로 뱅 헤어 스타일이 유행했었다.
아마도 당시 성직자들 사이에서 유행한 것 같은데 유럽의 중세 시대에는 대체 뭔 일이 있던 것인지 멀쩡한 머리 가운데 빵구를 내지 않나, 앞머리를 빙구처럼 만들지 않나. 암튼 지들은 그래놓고서 여성들이 앞머리를 자르면 허영의 상징으로 여겨 1600년대는 그렇게 핍박을 당했다고.
옛날 한국인이 뱅헤어를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변발을 했을 지언정 앞머리를 결코 내린 스타일은 없었는데, 반면 중국은 앞머리를 시스루 뱅헤어로 한 스타일이 있던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서양에서는 1880년대 중반 웨일즈의 알렉산드라 공주가 앞머리를 곱슬곱슬하게 내리고 다녀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했다고 한다. 그녀가 에드워드 왕과 결혼 후에도 별명이 알렉산드라 프린지일정도로 독특한 스타일을 고수했었나 보다.
그러고 보니 서양에서는 뱅헤어 스타일이 왕족이나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것 같기도.
그러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뱅헤어 트렌드는 셀럽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영화 배우이면서 재즈 시대 아이콘 루이스 브룩스의 보브 컷에 뱅헤어는 플래퍼 패션을 대표하는 스타일 중 하나였다.
데뷔 초였나 케이트 페리가 벤치 마킹한 50년대 핀업걸 베티 페이지는 특유의 뱅헤어 스타일로 별명이 베티뱅일 정도였다. 그녀의 스타일을 대중이 많이 따라했고 오드리 헵번의 경우는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베티 페이지보다는 약간의 내숭 모드로 귀엽고 참신하고 세련된 뱅헤어를 보여줬다. 이 스타일은 역대급 스타일리쉬한 컷으로 남았고.
그러다 1960~70년대는 뱅헤어 스타일의 전성기였다. 당시 가장 핫했던 브리짓 바르도와 제인 버킨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타들은 대체로 뱅 헤어를 고수했고 그들은 저마다 다른 매력을 뽐냈다. 그러니까 상황에 따라 뱅헤어는 극상의 섹시함을 주기도 하고 최대치의 청순함을 표현할 수도 있다는 점.
그러면서 뱅헤어는 전세계 여성들에게 보편적인 헤어 스타일로 자리잡았다. 누구에게나 잘어울리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시도해 보고, 실패도 해본 스타일인데 길이나 모양에 따라서 이미지가 천차 만별이라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기가 의외로 어려운 편이다.
1990년대 슈퍼모델들 중심으로 전염된 뱅헤어 스타일은 대중들 사이에도 급속하게 전파되었다. 보통 뱅헤어는 주변에서 누가 자르면 꼭 따라서 자르게 되는 이상한 파급력이 있다.
그런데 이때만해도 뱅헤어는 뭔가 정갈하고 정석이 있었으나 2010년대 케이트 모스가 어느 날 밤 지루해서 부엌 가위로 잘랐다며 무심한 헤어 스타일을 하고 나타났다. 그전에도 그런 징후는 다분했지만,
오바마 부인도 자신이 뱅헤어를 한 것을 두고 중년의 위기라고 했던가? 암튼 여성이 뱅헤어를 했다는 것은 상당한 심경의 변화를 나타내는 일종의 메세지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기분 전환용으로 기분 좋게 우스꽝스럽게 하고 나온 사람들도 빈번하고, 가끔보면 많이 아파 보이는 셀럽들도 보인다. 앞머리를 자른다는 건 정서적으로 무료하거나 우울하거나 둘 중의 하나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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